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월트디즈니의 간판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 이 앙증맞은 곰인형이 어쩌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미국 정가에서 베이징올림픽 기간 반중(反中) 캠페인의 일환으로 곰돌이푸 시청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은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에 맞춰 올림픽 경기를 보지 말고 대신 ‘곰돌이 푸’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중국 내 탈북민들의 시련과 고난을 다룬 영화 ‘크로싱’ 등을 시청하자는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숄티 의장은 아울러 올림픽 후원 업체들에 대한 불매 운동도 펼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을 ‘대학살 올림픽(genocide Olympics)’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동화를 원작으로 1977년 디즈니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곰돌이 푸는 40년 넘도록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디즈니 간판 캐릭터다. 여러 차례 장편만화, TV만화로 리메이크됐고, 디즈니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로도 인기몰이를 했으며, 문구와 장난감 등 상품으로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귀여운 캐릭터에 정치적 의미가 깃들기 시작한 것은 중국 시진핑 시대 출범 후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면서다.
얼핏 생김새와 신체 스타일이 닮았다는 이유로 시진핑의 희화화나 풍자 소재로 활용되자 중국 당국이 이를 강력히 통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푸는 오히려 ‘중국에서 터부시하는 반(反) 시진핑의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히는 상황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시진핑이 각국 정상들과 만나는 장면을 푸 만화장면에 빗댄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이를테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호랑이 티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당나귀 이요르에 비교하는 식이다.
실제로 곰돌이 푸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 뜻하지 않게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베이징 대회에서 남자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는 ‘곰돌이 푸를 떼로 몰고 다니는 피겨스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의 최애 캐릭터가 곰돌이 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성 팬들이 그의 연기가 끝난뒤 꽃다발 대신 엄청난 양의 곰돌이 푸 인형을 빙판위로 던지는 건 하뉴의 퍼포먼스 때마다 벌어지는 장면이다.
4년전 평창올림픽 때도 이 장면은 한국 관중과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만일 하뉴가 3연패에 성공하면, 중국 당국은 자국 안방에서 곰돌이 푸 인형이 빙판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평창과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코로나 이후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지난해 여름 도쿄 올림픽처럼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지는 않지만, 외국인 관객들을 아예 받지 않기로 해서 관객석 대부분은 중국인들로 채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