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운하에서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바이든 미국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존슨 영국총리등 정상들의 가면을 쓰고 시위를 하고있다./AFP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이념과 명분에 치우친 설익은 에너지 정책이 부상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불고 있다. 정치적 갈등에서 시작된 에너지 분규와 급진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이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세계 에너지 공급망 체계를 흔들며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중국발 요소수 공급 대란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의 서막에 불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몰두하는 사이, 석탄과 천연가스 등 여전히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구(舊)에너지가 ‘약한 고리’로 등장했다. 한국의 요소수 사태는 최근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요소를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왔는데, 갑자기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요소는 석탄에서 나오는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의 화학 반응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9일 전북 익산시 익산실내체육관 주차장. 익산시는 요소수 생산업체인 '아톤산업'과 함께 요소수 부족 사태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등록차량에 한해 판매를 실시했다. 이른 아침부터 체육관 주차장으로 몰려온 시민들이 연료통을 들고 길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2021.11.9./김영근 기자

이번 사태는 중국과 호주의 외교 갈등이 촉발했다. 전력 생산의 약 64%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이 미국의 반중 전선에 동참하는 호주를 길들이기 위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가 제 발등을 찍었다. 석탄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전력난에 처한 중국은 ‘귀한 석탄’으로 만든 요소 비축에 나섰고, 이것이 요소 공급 부족과 수출 통제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를 바꾸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다며 각국에 재생에너지 바람이 불게 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에너지 전환기의 빈틈을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신세로 만들어버렸다. 최근 러시아가 공급량을 줄이자 천연가스 가격은 7개월 새 5배로 급등했고, 공급 전망도 불안정해지는 ‘에너지 위기’가 유럽 전체에 닥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국가 간 마찰과 눈치 보기도 고조되고 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포함한 40여 국이 ‘글로벌 탈석탄 전환 선언’에 동참했다. 하지만, 미국·일본·호주·중국은 에너지 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참여하지 않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에 이르려면 40~60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이라도 재생에너지 세상이 올 것처럼 에너지 정책을 세워 온 각국 정부·정치권의 ‘과속’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마 빌바오 이레온 세계원자력협회(WAN)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거대한 불통이 있다”며 “이것이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