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았던 ‘권선징악부(Ministry of Vice and Virtue)’를 부활시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12일(현지 시각) 데일리 파키스탄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부를 폐지하는 대신 권선징악부를 설립했다. 권선징악부는 1996~2001년 탈레반 집권기 때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아프간 주민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종교경찰을 담당하는 부서다.

지난 1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학 인근에서 진행된 친탈레반 집회에 나온 여성들이 전신 가리개인 부르카 등을 입고 탈레반 깃발을 손에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탈레반 과거 집권기 아프간 종교경찰은 아프간 여성 탄압의 최전선에 있던 조직이다. 종교경찰은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남성 보호자 없이 혼자서 거리에 나온 여성에게 ‘국가 통치 이념인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타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후 아프간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이 합법적으로 용인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통치 이념으로 내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을 선포한 바 있다.

한편 탈레반 정권이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으로 임명한 압둘 바키 하카니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초·중·고교와 대학 등 모든 학교에서 여성들을 남성들과 분리해 교육하겠다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하카니는 또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검열 방침도 밝혔다. 그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과목들은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대학에서 니캅(눈 부위를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을 한 여성 수백 명이 탈레반 깃발을 들고 탈레반 지지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이 여성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관제 시위’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