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부정 사건으로 권좌에서 쫓겨난뒤 아르헨티나로 망명했던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날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에서 좌파 진영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다. 모랄레스는 한때 남미를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의 주축을 이뤘던 인물이다. 모랄레스는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조만간 볼리비아로 돌아갈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랄레스가 소속된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MAS)의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볼리비아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나오면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하는데, 조사기관 두 곳의 출구조사에서 아르세 후보가 52∼53%를 득표해 과반을 넘길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따라 아르세 후보는 출구조사 공개 후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고, 메사 전 대통령도 19일 오전 패배를 시인한 상황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도 잇따라 아르세 후보와 함께 전임자 모랄레스에게도 축하를 건넸다.
아르세의 승리가 확정되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귀국하면서 정치적으로 완전히 부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06년 처음 집권한 모랄레스는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는 서민적인 풍모로 주목받았지만 포퓰리즘 정책으로 장기집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집권기 내내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원주민 출신들에게 각종 요직을 내주며 사실상 국민 편가르기 정책을 펼쳤고,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현금 퍼주기 정책으로 국가 재정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통령 4선 연임에 도전했지만, 석연찮은 개표과정으로 인해 선거 부정 의혹이 잇따르면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결국 군까지 나서서 퇴진을 권고하자 지난해 11월 사임하고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들어선 우파 임시 정부는 정치·경제·외교 등 전반에서 탈(脫) 모랄레스 노선을 적극적으로 꾀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모랄레스 진영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볼리비아 정국은 다시 시계 제로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모랄레스가 장기 집권하면서 서민층을 겨냥해 다져온 포퓰리즘 정책이 이번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