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각) 파리시청 옆 BHV백화점 입구에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섰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백화점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았다는 증빙용 QR코드를 제시한 것이다.
5분간 줄을 서서 입장한 모르간이라는 30대 여성은 “백신을 안 맞으면 이런 곳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으니 싫어도 맞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에펠탑 앞에서도 직원들이 입구에 나와 백신 접종 여부부터 확인한 뒤 손님들을 받았다. 식당·카페도 마찬가지다. 포장해서 돌아가지 않는 한 백신을 맞았다는 QR코드나 문서를 제시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입장하거나 공연을 관람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열차나 비행기를 탈 때도 그렇다. 이처럼 파리는 백신을 맞지 않으면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도 어려운 도시가 됐다. 요즘 기자도 매일 적어도 한두번은 스마트폰을 꺼내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을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보건 패스’ 제시를 의무화했다. 보건 패스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에 걸려서 완쾌돼 항체가 생겼거나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는 것 중 하나를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인들은 이를 사실상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로 여기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채 검사만 받으면서 버티지 못하게 하려고 프랑스 정부는 공짜로 해주던 코로나 검사를 유료로 바꿨다.
효과는 빠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느렸던 프랑스는 어느새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전체 국민의 68.4%에 이른다. 세계 최초 백신 접종국인 영국(69.7%)을 거의 따라잡았다. 독일(62.9%), 미국(59.4%)에는 상당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의무 접종 반대를 주장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5주째 토요일마다 벌어졌다. 대혁명 이후 프랑스인들은 정부가 강제하는 일에 본능적으로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 교수인 뱅상 베르더씨는 “백신 접종에 찬성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맞았다”면서도 “접종은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야지 그걸 의무화한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접종에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점을 노려 물러서지 않고 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마크롱으로서는 또다시 봉쇄령을 내리는 것을 더 큰 정치적 악재로 본다는 게 프랑스 정치 평론가들의 진단이다.
일간 르피가로와 공영방송 프랑스앵포의 7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백신 접종에 찬성했고, 58%는 의무 접종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