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9일(현지 시각) 다른 유럽 국가에서 입국할 때 적용하는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 가운데 유독 프랑스에서 입국하는 이들에 한해 열흘간 의무 격리를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날 프랑스는 영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 중 백신 미접종자는 출발 전 24시간 내 실시한 코로나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48시간 내 실시한 검사 결과를 내면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두 나라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양상이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 연합뉴스

영국은 프랑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을 중간 단계 위험 국가인 ‘앰버(호박색)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면서 이날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이 국가들에서 입국할 때 열흘간의 의무 격리를 없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한해 계속 열흘간의 의무 격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영국 보건부는 “프랑스에서 베타 변이(남아공발 변이)가 퍼지는 데 따른 예방 차원”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반발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영국이 우려하는 프랑스 내 베타 변이 확산 지역은 본토에서 8000km 떨어진 인도양의 레위니옹섬과 마요트섬 등 프랑스의 해외 영토”라고 지적했다. 클레망 본 프랑스 유럽담당장관은 영국의 새로운 격리 지침에 대해 “전적으로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가 베타 변이 확산을 막는다며 프랑스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열흘간 의무 격리 조치를 시행하자 프랑스인들이 프랑스에서 베타 변이가 번지는 해외 영토인 마요트섬이 어디 있는지 영국 당국자들이 모르는 것 같다며 마요트섬의 위치를 표시한 이 같은 그림을 소셜 미디어에 띄우고 있다./트위터

열흘간의 의무 격리 조치는 영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영국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영국 방송사 ITV는 “프랑스 내 베타 변이 확진자는 최근 4주 사이 전체 확진자의 3.4%”라고 했다. 확진자도 영국이 프랑스보다 훨씬 많다. 19일 확진자가 영국은 3만9950명으로 4151명인 프랑스보다 9배 이상 많다. 영국에서 번지는 델타 변이에 비해 베타 변이는 확산 속도가 늦다.

프랑스는 이날부터 영국을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6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 가운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 출발하기 전 24시간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 검사 음성 결과를 내도록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국 측의 열흘 의무 격리에 비해서는 규제 수위가 낮다. 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다.

두 나라는 올 초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탈퇴한 이후 감정 싸움을 벌이는 일이 잦다. 영불해협의 어업권 협상을 놓고도 상호 비난전을 벌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능이 낮다고 비판했고, 영국은 프랑스가 앞장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깎아내린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