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보 당국을 총동원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도운 정황이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크렘린궁 문건을 자체 입수했다”며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2016년 1월 22일 푸틴은 러시아군 정보부대인 총정찰국(GRU)을 관할하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알렉산더 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미하일 프라드코프 대외정보국(SVR) 국장 등 핵심 정보기관장을 모두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이 트럼프를 밀어주는 정보기관들의 비밀 활동을 승인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문건에는 크렘린궁이 트럼프에 대해 ‘충동적이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열등감에 시달린다’고 평가한 대목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미국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미국 대통령의 대외 협상력이 약화되는 등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푸틴과 회의 참석자들이 동의했다”며 “푸틴과 정보기관장들은 트럼프 당선을 위해 가능한 모든 힘을 동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GRU 소속으로 의심되는 해커들이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것과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이 유출된 것이 푸틴의 지시를 받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공작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과거 사업가 시절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개인적 행적이 있다며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콤프로마트’로 삼을 수 있다는 대목도 문건에 있다고 했다. 콤프로마트란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확보해 협박하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의 모스크바에서의 사적인 과거 행적은 문건의 부록에 담겨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가디언은 부록까지 입수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NO 32-04/vd’라는 문건의 분류 번호와 러시아어로 된 문건 사진을 공개하며 크렘린궁 문서가 확실하다는 검증을 거쳤다고 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가디언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디언이 제시한 문건에 대해 “훌륭한 허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