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0용 우크라이나 유니폼./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들이 입을 유니폼에 크림반도<점선 표시>를 표시하자 러시아가 반발해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강제로 빼앗아간 땅으로 그동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된 이번 대회 명칭을 ‘유로 2020′으로 하기로 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7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축구협회가 공개한 노란색 유니폼의 앞면에는 우크라이나 지도가 새겨져 있다. 여기엔 아래쪽에 툭 튀어나온 크림반도가 분명하게 표시돼 있다.

크림반도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가 됐지만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앞세워 강제로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7년째 교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유로 2020용 우크라이나 유니폼./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축구협회는 오는 11일 시작하는 유로 2020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는 슬로건도 발표했다.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이 슬로건은 유니폼의 지도와 맞물려 크림반도를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드리 파벨코 우크라이나 축구협회 회장은 “선수들은 분리되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논평에서 “우크라이나 유니폼에 러시아 영토인 크림반도가 표시돼 있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절망적인 조치”라고 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슬로건은 나치를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러시아 의회의 니콜라이 발루에프 의원은 “우크라이나가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부적절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UEFA의 승인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받아쳤다. EU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불법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UEFA도 우크라이나 유니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당장 가입시켜달라고 서방 지도자들에게 공개 요청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나토 가입이 급선무라고 여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젤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나토의 ‘회원국 행동 계획(Membership Action Plan)’ 참여 지위를 우크라이나에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가 미 정부의 부인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회원국 행동 계획’ 참여는 나토 가입 본격화를 위한 핵심 절차다. 나토는 오는 14일 벨기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회원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