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 77주년을 기념해 공개된 영국군 기념관/EPA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기념비적인 작전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77주년을 맞아 당시 영국군 소속으로 싸웠던 전몰 장병 2만2000여명을 추모하는 기념관이 프랑스에 문을 열었다.

6일(현지 시각) 프랑스 북서부 바닷가 마을 베르-쉬르-메르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영국군 소속으로 참가했다가 숨진 2만2442명을 추모하는 야외 기념관을 공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상 최대의 군사 작전으로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1944년 6월 6일 전격적으로 개시됐으며, 연합군 15만6000명이 투입돼 2차 대전 전세를 역전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돌격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상/AP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영국군 기념관에는 1944년 6월 6일부터 8월 31일 사이 숨진 2만2442명의 이름, 계급, 나이를 새긴 160개의 커다란 흰색 돌이 세워져 있다. 돌의 무게를 모두 합치면 4000t에 이른다. 이름이 새겨진 이들은 영국군 병사가 가장 많지만 당시 영국군 지휘를 받았던 영연방 국가 소속 군인, 프랑스 레지스탕스군, 민간인 등 30여국 희생자들도 포함돼 있다. 기념관 건립에는 영국 정부 예산과 민간 기부액을 합쳐 3300만파운드(약 520억원)가 투입됐다. 육지를 향해 돌격하는 병사 3명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청동상도 설치됐다.

플로랑스 파를리(오른쪽) 프랑스 국방장관과 에드워드 르웰린 주프랑스 영국대사가 헌화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 기념관은 77년 전 영국군이 주로 상륙했던 3개 해변 중 하나인 골드비치를 내려다보는 곳에 만들어졌다. 영국 왕실의 찰스 왕세자는 동영상 축사를 통해 “진작 이런 기념관을 세웠어야 했는데 늦었다”며 “이들의 용기와 희생이 대대손손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의 주관으로 열린 행사장에서는 백파이프가 연주되는 가운데 프랑스 공군의 축하 비행이 이뤄졌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프랑스의 입국 제한에 따라 영국의 생존 참전용사 100여명은 영국 중부 스태퍼드셔에 모여 생중계한 영상으로 기념식을 지켜봤다.

영국 중부 스태퍼드셔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7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생존 노병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AFP 연합뉴스

영국의 보훈 단체나 예비역 군인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몰 장병을 위한 기념관 설치를 오랫동안 요청해왔다.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1956년 노르망디에 미군 묘지를 조성했으며, 이곳에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매년 100만명 안팎이 찾아왔다. 영국군 기념관도 한 해 25만명 이상의 추모객들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프랑스 공군이 노르망디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했다./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