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여행이 재개되고 있다. 상징적으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크루즈선 기항지인 베네치아항에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했다.
3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세계 4위 크루즈 선사인 MSC 소속 9만2000t급 ‘MSC오케스트라’호가 베네치아 항구에 도착했다. 이 배는 5일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을 향해 출항했다가 돌아올 예정이다. 베네치아항에서 대형 크루즈선이 운항하는 것은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MSC 오케스트라호는 승객 3000명까지 태울 수 있지만 선내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650명으로 승선 인원을 제한했다. 출항 전에 모든 승객은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한다.
MSC사는 앞서 지난달 20일 영국에서도 운항을 재개했다. 남부 사우샘프턴항에서 ‘MSC 비르투오사’호를 출항시켜 4박5일간 항해했다. 영국에서 1년 만의 크루즈선 운항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달 말까지 최대 1000명 또는 정원의 절반 중에서 숫자가 더 적은 쪽을 최대 승선 인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7월 이후에는 이 같은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크루즈선 업계는 올 여름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선상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월부터 여름 휴가철 승선 예약을 받고 있는 중이다. MSC는 선내에 의료시설을 확충했다. 세계 3위 크루즈 선사인 노르웨이지언크루즈는 승객과 승무원 전원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만 승선하는 것을 의무화해서 7월부터 정상 운항을 할 예정이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 8월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작년 3월부터 250명 이상 승선하는 유람선의 운항을 금지했지만, 지난달 승무원의 98% 이상, 승객의 95%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다시 운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던 작년 봄 대형 크루즈선은 ‘바이러스 배양 접시’로 불리며 코로나 확산의 원흉으로 불렸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머무르면서 빠른 속도로 감염되는 사례가 세계 각지에서 속출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승객과 승조원 712명이 집단 감염된 게 대표적이었다. 이 때문에 크루즈선 운항 재개가 잇따르는 것은 관광 산업이 정상화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크루즈업계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와 관광업계가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오는 9일부터 외국인 입국 규제 수위를 대폭 낮출 예정인 프랑스는 올 여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유전자 증폭 방식(PCR)의 코로나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프랑스를 방문한 이후 귀국하거나 제3국으로 이동할 때 PCR 검사가 필요할 경우 검사비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5월 중순부터 코로나 음성 확인증을 제시하기만 하면 제약 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스페인 등도 코로나 음성 검사 결과만 제출하면 별다른 제약 없이 방문할 수 있다.
EU집행위원회는 7월 1일부터 디지털 방식의 백신 여권을 발급해 EU 내에서 검사나 격리 없는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휴가를 위해 서둘러 백신을 맞으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EU에서는 2일까지 전체 인구 대비 39.3%가 한 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마쳤다. 성인 인구로 한정하면 프랑스는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이들이 2일 절반을 넘었고, 영국은 성인 중에서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이들이 3일 절반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