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용 캐빈(간이 진료실)을 개발한 의사 출신 기업가 프랑크 보디노 H4D 대표. /레제코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일부 한국 의사도 막상 해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요.”

프랑스에서 원격의료용 캐빈을 개발한 H4D사(社) 창업자 프랑크 보디노(46)씨는 지난달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사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진료 방식으로 이미 대세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디노씨는 엑스-마르세유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원격의료 사업가로 원격의료 캐빈을 개발했다. 높이 2.3m, 길이 1.9m, 너비 1.2m의 비행기 조종석처럼 생긴 부스에 환자가 앉아 스크린에 등장하는 의사와 원격으로 대화를 나누며 진료받는다. 캐빈 내부에는 혈압계·체온계·심전도 검사기·혈당 측정기·청진기·안저(眼底) 측정기 등 의료 기구 15가지가 구비돼 있다.

H4D가 개발한 원격의료용 캐빈 내부 모습./H4D

보디노씨는 “지방자치단체 청사에 설치해 무의촌 고령자들을 돌보거나 기업들이 국내외 사업장에 설치해 직원들의 건강 관리를 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진료받을 환자가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각자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들이 스케줄에 맞춰 진료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콜택시를 부르면 손님이 없는 택시 기사가 손 들고 태우러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디노씨는 30세를 전후해 의료 수준이 열악한 아프리카·아시아 저개발 국가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했다. 그는 “의료가 낙후한 곳을 돌아다닐 때 원격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걸 느꼈다”고 했다. 2009년 파리로 돌아와 H4D를 창업했고, 원격의료 캐빈은 2017년부터 상용화됐다. 그는 “개발에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 사이 정부가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어줘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프랑크 보디노씨./H4D

보디노씨는 “한국에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사들도 나름의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겠지만 의사는 ‘무엇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가’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걸 한국 의사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IT 기술이 발달한 나라이고 의사들 실력이 수준급이라 원격의료를 일단 시작하면 금세 앞서 가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에서 H4D의 의료 캐빈 진료에 참여하는 의사는 약 100명. 프랑스를 포함해 이탈리아·포르투갈·에스토니아·가봉 등 5국에 의료 캐빈 약 100개가 가동 중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H4D의 의료 캐빈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만여명이고 총 진료 횟수는 10만번이 넘는다. 의료 캐빈 한 대를 리스 방식으로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기본 비용은 월 3000유로(약 400만원)이며, 진료 성격에 따라 추가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