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사도 궁전 뜰에서 고령의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이 왼팔 소매를 걷자 교황은 고개를 숙여 팔뚝에 입을 맞췄다. 감격한 표정의 여성은 교황을 끌어안았다. 여성의 팔뚝에는 ’70072′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여성은 올해 81세인 리디아 막시모비치다. 벨라루스 태생인 리디아는 3살이던 1943년 부모와 함께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 부모와 떨어져 아동 수용관에 배치돼 악명 높은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생체 실험 대상이 됐다. 팔뚝에 새겨진 ’70072′는 아우슈비츠에 들어갈 때 수용 번호였다. 나치가 문신으로 새긴 탓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
리디아는 1945년 소련군의 도움으로 아우슈비츠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폴란드의 한 가톨릭 가정에 입양돼 쭉 가톨릭 신자로 살아왔다. 리디아는 1962년 생사를 모르던 친모를 찾았다. 어머니의 팔뚝에는 ’70071′이 새겨져 있었고, 둘은 번호로 모녀 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우슈비츠에 들어갈 때 순서대로 수용 번호를 매겼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담을 학생들에게 강연하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해왔으며, 최근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그가 이 영상을 알리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교황과 만나게 됐다. 교황은 리디아의 팔뚝에 키스를 한 뒤 사도 궁전 경내를 몇 분간 같이 걸었다. 교황은 “용기를 가지고 나치의 만행을 고발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치의 전쟁 범죄를 자주 언급하며 인종·이념의 극단주의를 경계해왔다. 2014년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했고, 2016년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았다. 2016년 당시 아우슈비츠행 열차의 종단점인 일명 ‘죽음의 문’을 통과해보며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올해 2월에는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로마에 살고 있는 헝가리 시인 에디트 브루크의 집에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