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나란히 코로나 예방 백신에 대한 특허를 유예하자고 촉구했다. 코로나 백신을 어느 나라에서나 만들 수 있도록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 개발 제약사들이 지식재산권을 일시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자는 주장이다. 오콘조이웨알라는 나이지리아, 테워드로스는 에티오피아 국적으로, 둘 다 아프리카인이다.
오콘조이웨알라는 21일(현지 시각) G20(주요 20국) 화상 보건정상회의에 참석해 “생명을 구하기를 원한다면 협상해야 한다”며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유예를 서두르자”고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도 이날 회의에서 지식재산권 행사를 중단시켜 백신 생산을 늘리자고 촉구했다. 그는 “과감한 아이디어, 약속, 리더십이 있어야 우리는 더 건강하고 안전하고 공정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백신의 특허를 없애자는 주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1일 WTO에 코로나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 기간을 최소 3년으로 하자는 제안서 개정안을 제출했다. 인도와 남아공은 작년 10월 지식재산권협정(TRIPS) 조항의 일시적인 면제를 통해 백신 특허를 유예하자며 WTO에 제안서를 냈으며, 이번에 기간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실제 백신 특허가 유예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64국에 이르는 WTO 회원국이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제약사들의 지식재산권 행사를 막을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찬성 입장이지만 독일을 비롯해 일부 국가가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인도·남아공이 제안서를 낸 이후 8개월간 여러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허를 유예하기로 WTO 모든 회원국이 합의하더라도 백신 생산이 실제 늘어나는 효과를 얻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 백신은 생산에 필요한 280가지에 달하는 원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생산 시설·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곧바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는 “전 세계에서 mRNA 방식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현재 모두 가동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