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 사실을 폭로했던 1995년 BBC 인터뷰에는 직원의 사기 행위 등 심각한 윤리 위반이 있었다는 BBC 자체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에 분개한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강도높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다이애나비의 인터뷰가 방송됐을 때 윌리엄은 13세, 해리는 11세였다. 다이애나비는 인터뷰 2년뒤 비극적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BBC 인터뷰 윤리위반 비난

윌리엄 왕세손은 21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어머니에 대해 기만적인 인터뷰가 진행됐다”며 “BBC 직원들은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가짜 서류를 이용했고 왕실 가족들에 대해서 충격적이며 거짓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만적인 방법으로 진행된 인터뷰가 당시 어머니가 발언하도록 영향을 끼쳤다는게 내 판단”이라며 “이 인터뷰 때문에 부모님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소셜미디어에 직접 성명을 발표하는 동영상도 올렸다.

1995 년 11 월 21 일 BBC 기자 마틴 바시르와 다이애나 비의 BBC 텔레비전 인터뷰로 영국의 대부분의 신문이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AP 연합뉴스

해리 왕자도 강도높은 비난 성명을 냈다. 그는 “우리 어머니는 헌신적이었고 용감하고 정직한 분이었는데, 착취의 문화와 비윤리적인 행위의 파문이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정의와 진실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애나 인터뷰 당시 행해진 비윤리 행위들을 거론하며 “이 때문에 우리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고, 변한 것은 없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과 품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BBC는 1995년 11월 ‘파노라마’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다이애나비 인터뷰의 배경에 관해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지난해 11월 퇴직한 대법관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조사를 의뢰했다. 다이애나비의 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은 BBC의 마틴 바시르가 거짓말과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서 등을 내밀며 인터뷰를 주선하게 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인터뷰 방영 25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이를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다이슨 경은 20일(현지 시각) 발표된 조사 보고서에서 스펜서 백작의 주장을 인정했다고 로이터, AFP 등과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