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가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 예방 백신의 공급 계약이 6월 종료되지만 추가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 인터뷰에서 “AZ와의 기존 백신 공급 계약이 6월에 끝나지만 이를 연장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AZ와 거래가 완전히 문을 닫은 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지만 EU가 더 이상 AZ 백신을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백신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AZ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결정을 반겼다.
EU는 2022~2023년 사용할 화이자 백신 18억회분에 대해 계약을 마쳤다고 8일 발표했으며, 바로 이튿날 AZ 와는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했다. 따라서 AZ 백신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U는 4월 이후 ‘백신 가뭄’을 거의 해소했다. 새로 계약한 화이자 백신 18억회분과 별개로 올 연말까지 계약된 화이자 백신 6억회분을 공급받는 중이다. 화이자와 비슷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인 모더나 백신도 올해만 3억회분이 계약됐다. EU 인구는 약 4억5000만명이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화이자와의 추가 계약은 이전 계약보다 백신 단가가 높아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2022~2023년용 화이자 백신 18억회분은 올해 계약한 6억회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른다는 얘기다. 화이자 백신을 더 비싼 돈을 들여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AZ와는 추가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것은 AZ에 대한 불신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AZ 백신은 혈전 부작용이 다수 보고되면서 EU 회원국별로 이 백신의 접종을 아예 중단하거나 고령층에 한해 접종하는 중이다. 또한 AZ가 영국에서 만든 백신을 제때 EU에 공급하지 않고 영국 내 공급을 우선시하면서 EU와 갈등을 빚었고, 이에 대해 EU가 법적 절차를 개시했기 때문에 양측 감정도 나빠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