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시내 술집의 야외 좌석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AFP 연합뉴스

토요일이었던 지난 27일 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술집이 몰려 있는 한 유흥가. 야외 좌석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고, 상당수 테이블을 프랑스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일부 프랑스인은 “마드리드 만세” “자유”라고 외쳤다. 프랑스·스페인 방송사들이 소개한 마드리드의 주말 풍경이다.

프랑스에서 영업 금지령으로 식당·술집이 5개월째 문을 닫으면서 프랑스인들이 대거 마드리드에 몰려와 여흥을 즐기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3월 마드리드를 찾아온 프랑스인은 하루에 적게는 2000명, 많게는 4000명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3월에 비해 70% 적은 숫자지만 지난 1~2월 방문객이 하루 1000명 남짓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프랑스인들에게 마드리드는 탈출구이자 해방구가 됐다. 밤 11시 술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술을 마시며 떠든다. 스페인 방송사 인터뷰에 응한 프랑스인들은 “마드리드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일부는 시내 중심부에 모여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를 부르기도 한다. 시내 숙박업소에서는 프랑스인들이 밤새 비밀 파티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마드리드 시민들은 고성방가를 일삼는다며 프랑스인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월드 톡톡 삽입 일러스트

마드리드에 프랑스인들이 몰려드는 건 지방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계산을 한 결과다. 오는 5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 연정(聯政)인 마드리드 지방정부는 외국인 유치로 관광업계를 살려 표를 얻겠다며 외국인 입국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고 식당·술집의 영업을 밤 11시까지 허용하고 있다. PCR(유전자증폭) 방식의 음성 검사 결과만 제출하면 마드리드 바라하스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데 제약이 없다. 스페인은 관광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한다. 좌파 진영은 “프랑스인 취객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줬다”고 비난하고 있다.

스페인 국민들은 “방역 규정이 외국인을 우대하고 내국인을 홀대한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게 금지돼 있는데, 외국인은 비행기를 타고 쉽게 입국할 수 있어 내국인을 역차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유럽에서 가장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프랑스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가까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도 자동차로 넘어오는 프랑스인들로 식당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4월 초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기존 항공편 입국자에게만 요구하던 PCR 검사 결과를 육로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