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일요일이던 전날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런던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건 최근 6개월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4월 하루 평균 230명이 숨졌던 런던이 광범위한 백신 접종의 효과로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르피가로는 런던의 한 의사를 인용해 “런던은 환상적인 단계”라고 했다. 부러움이 잔뜩 묻어났다. 이날 영국 전역의 사망자도 19명뿐이었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와 근교에서만 39명, 프랑스 전역에서 131명이 숨진 것과 대조적이었다.
프랑스에서 최근 코로나 환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성토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라이벌로 여기는 이웃 나라 영국과 비교해 자존심이 상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주간지 주르날뒤디망슈와 여론조사기관 IFOP의 공동 조사에서 3월 마크롱에 대한 지지율은 37%에 그쳤다. 1월 40%, 2월 41%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하향세다. 작년 8월 36%를 기록한 이후 최저 지지율이다. 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45%였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 2월 말보다 6%포인트 오른 것이다.
프랑스 언론은 방역에 실패했다며 마크롱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평소 프랑스 의료 체계가 영국의 NHS(국민 보건 서비스)보다 한 수준 높다고 자부해온 프랑스인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프랑스 방송사들은 29일부터 야외 스포츠 행사가 허용돼 젊은이들이 공원에 모여 웃고 떠드는 영국 분위기를 전하며 프랑스와 비교했다. 밝은 표정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날 “위대한 영국의 여름 스포츠가 시작됐다”고 말한 것과 달리 요즘 마크롱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코로나 상황은 유럽 여느 나라보다 심각하다. 지난 25일부터 사흘 연속 하루 4만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을 포함해 3월 들어 29일까지 8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영국의 확진자는 16만명으로 5분의 1에 그쳤다. 2월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 숫자는 세계 6위였지만 3월에 영국은 물론 러시아보다도 많아지며 세계 4위가 됐다. 프랑스 전역에는 29일 기준으로 입원 환자만 2만8322명에 달하며, 그중 4974명이 산소 호흡기를 낀 중환자다. 일선 병원이 코로나 환자로 포화 상태가 되며 보건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27일까지 전체 인구 대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비율이 프랑스는 11.4%에 그친다. 44.4%인 영국보다 많이 낮다.
프랑스는 이웃 나라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는 수모도 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모로코는 31일부터 프랑스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독일도 프랑스에서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크롱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불만은 단지 코로나 환자가 많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방역 정책을 놓고 마크롱이 자주 말을 바꾸며 우왕좌왕한다며 리더십에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마크롱은 환자가 늘어나던 지난 1월 봉쇄령이 필요하다는 보건 전문가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당시 마크롱은 “다시 봉쇄령을 내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면서 3월 20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이 코로나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더니 마치 전염병 학자가 된 것처럼 행세하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봉쇄령 장기화에 대해 사과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교해 사과하지 않고 버티는 마크롱이 오만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론이 험악해지면서 마크롱의 내년 대선 재선 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은 극우 정치가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에게 뒤지고 있다. 마크롱은 민심을 달래고 추가 봉쇄 조치를 발표하기 위해 31일 대국민 담화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