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감중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혼자서는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독극물 테러를 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나발니를 치료한 독일 의료진은 그가 옛소련이 개발한 치명적인 독극물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소견을 제시했었다.
나발니를 지지하는 성향의 러시아 의사 20여명은 28일(현지 시각) 공개 서한을 통해 민간 의료진이 나발니를 치료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러시아 정부에 촉구했다. 의사들은 나발니가 호소하는 다리와 등의 통증은 지난해 독극물 테러를 당한 후유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접 검진하지는 못했지만 공개된 정보로 판단할 때 나발니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가 제 기능을 완전히 잃을 가능성을 포함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나발니를 면회한 변호인들은 나발니가 혼자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리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고 극심한 통증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가 등에도 심각한 통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외부 의사의 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교도소측에 요청해왔다. 이에 따라 교도소측은 28일 나발니를 면담했지만 외부 의사의 진찰을 받게 할지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있다.
나발니가 수감된 모스크바 동쪽 포크로프시(市) 2번 교도소는 러시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4대 교도소 중 하나다. 정치범을 수용해 구타를 일삼고 재소자에 대한 정신적인 학대가 일상화돼 있어 원성이 자자한 곳이다. 재소자간 대화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강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찬양하는 국영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하면서 체제 순응 교육을 실시한다. 나발니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비슷하다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고 변호인단을 통해 전했다.
이 교도소를 경험한 이들은 “신경 쇠약을 유도해 아무리 강인한 사람도 무너지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아무 이유 없이 칫솔을 쥐어주고 하루 종일 멀쩡한 바닥 청소를 시켜 굴욕감을 준다는 증언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구치소에 대기하던 범죄자들이 이 교도소에 가지 않으려고 복부나 동맥을 가르는 자해를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달 나발니의 생명이 위험하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올해 1월 자발적으로 귀국한 그는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됐으며, 2월 모스크바 지방법원은 2014년 나발니의 금품 수수 사건과 관련한 집행유예 판결을 취소하고 실형으로 전환해 그를 수감하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