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시 하루 4만명 넘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며 3차 확산이 뚜렷하게 나타난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사·간호사만으로는 부족해 치과의사·수의사·약사는 물론 소방관까지 백신을 접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백신을 놓을 공간이 모자라 축구장·사이클경기장까지 임시 접종센터로 바꾸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파리소방대(BSPP)는 지난 11일부터 수백명의 소방관들을 상대로 주사를 놓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는 4월 6일부터 소방관들을 백신 접종센터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교육장에서 일부 소방관들이 사람 피부에 가까운 고무로 된 스펀지를 어깨에 착용하면, 동료 소방관들이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주사를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요즘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장 카스텍스 총리,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요즘 ‘속도를 더 내겠다(accélérer)’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의사·간호사들은 코로나 환자나 다른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백신을 놓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의료진 이외의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프랑스 고등보건원(HAS)은 26일 치과의사와 수의사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의견을 냈으며, 프랑스 정부는 조만간 이를 받아들여 치과의사들과 수의사들을 접종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HAS는 이를 통해 모두 25만2000명을 백신 접종 요원으로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HAS는 이뿐 아니라 의대생, 각종 연구소 소속 약사, 응급구조대원, 방사선 기사 등도 백신을 놓을만 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HAS 의견대로 은퇴한 의사·간호사들이 접종센터로 대거 소집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접종센터도 가능한대로 확대하려고 노력중이다. 지난 1월부터 파리 남서쪽 교외도시 생-캉탱에 있는 국립사이클경기장이 접종센터로 변신했다. 사이클 선수들이 벨로드롬을 돌며 연습을 하는 동안 사이클 트랙 안쪽에서 고령자들이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경기장은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때 사이클 경기가 열릴 예정인 곳이다.
4월부터는 파리 북쪽 외곽 생드니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도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8만69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곳이며, 2024년에는 파리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프랑스는 27일 기준으로 코로나에 걸려 입원한 환자가 2만7259명이며, 그중 4791명이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병실이 모자라기 때문에 급하지 않은 다른 질병의 수술 환자에게는 수술 연기를 통보하고 있다. 따라서 백신을 접종할 공간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원래부터 프랑스인들은 유독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서 접종 속도가 초기에 유독 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웃 국가들을 따라잡았다. 25일까지 백신을 한번이라도 맞은 프랑스인은 720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0.6%에 해당하며, 독일(10.3%), 이탈리아(10.2%)보다 소폭 빨라졌다.
정부가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름 휴가를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의 습성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백신 맞는 게 달갑지 않더라도 맞아야 여름 휴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접종 센터를 찾는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이른바 ‘백신 여권’을 발급하고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