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 1조는 법 앞에서 인종·종교의 차별이 없고, 투표권에 성별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싸운다는 원칙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헌에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하원은 16일(현지 시각) 헌법 1조에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싸움과 환경 및 생물 다양성에 대한 보호를 보장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가결시켰다. 찬성 391표, 반대 47표, 기권 115표였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성향의 여당 앙마르슈와 좌파 야권이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로 가는 첫 단계를 통과했다. 바르바라 퐁필리 환경부 장관은 트위터에 “중대한 진전”이라고 반겼다.
기후변화 방지를 이례적으로 헌법에까지 명시하려는 데는 마크롱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작년 12월 환경정책에 대해 정부에 자문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출된 시민 150인 모임에 참석해 기후변화 방지 원칙을 명문화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 주요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의를 프랑스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프랑스 언론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이 좌파 진영을 달래기 위해 선거 전략으로 꺼낸 아이디어라고 보도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에서 녹색당 인기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도 녹색당이 대거 약진했다. 이를 의식한 마크롱이 환경을 중시하는 좌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녹색 개헌’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하원을 통과한 개헌안은 상원도 통과해야 다음 절차인 국민투표로 넘어간다. 상원은 이번 개헌안에 반대하는 정통 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전체 348석 중 148석을 가진 원내 1당이라는 점이 변수다. 개헌안은 상원에서 과반을 얻어야 통과된다. 공화당은 마크롱이 좌파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고, 실제 개헌이 이뤄진 이후 환경과 관련한 갖가지 규제가 기업들에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