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이 1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야권 정치인 약 200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다. 경찰은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수칙을 어겼다는 이유를 댔지만, 야권 탄압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 한 호텔에서는 오는 9월 열리는 총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야당 정치인들이 포럼을 열었다. 포럼 도중 경찰관들이 들이닥쳐 200명가량인 참석자를 대부분 체포했다. 모스크바 경찰은 방역 수칙 위반으로 체포된 이들에게 구류 처분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의원들,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는 전직 지자체장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안드레이 피보바로프는 경찰에 연행되면서 “사람들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피보바로프는 영국을 기반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는 ‘개방된 러시아’라는 단체를 주도하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된 러시아’는 반(反)푸틴 운동을 벌였다가 10년간 수감 생활을 한 뒤 영국으로 이주한 석유 재벌 호도르코프스키가 설립한 단체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1월 수감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진 이후 야권에 대한 감시 수위가 부쩍 높아졌다.
러시아는 2015년 정부가 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를 지정하고, 이런 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호도르코프스키의 ‘개방된 러시아’를 비롯해 30여 단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지정돼 있다. 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포럼을 일망타진한 이유로 방역 수칙 위반 외에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가 연관된 행사라는 점을 들었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이날 야당 정치인 집단 체포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당국이 (야당과의) 경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날 포럼이 서방의 지원을 받는다고 러시아 당국이 의심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체포한 것”이라며 “9월 선거를 앞두고 야당 정치인들의 활동을 러시아 당국이 계속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