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교통공사(RATP)가 최근 차량이 다니는 일반 도로에서 시민들을 태우고 주행을 시작한 운전기사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뱅센(프랑스)=손진석 특파원

지난 7일 파리 동쪽 교외 도시 뱅센의 시청 앞 광장. 파리교통공사(RATP)가 최근 운행을 시작한 운전사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RATP는 2017년부터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공원 안에서 시험 운행해왔고, 지난 1월말부터 실제 차량이 다니는 도로에서 운행하기 시작했다. 성능이 궁금해 탑승해봤다.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뱅센 시청 앞 정류장/뱅센(프랑스)=손진석 특파원

정류장에서 10여분을 기다리니 천천히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다가왔다. 내부는 6명이 앉고 6명은 서서 최대 12명까지 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승객은 5명만 탑승을 허용했다. 요금은 무료다.

엄밀히 말해 ‘무인(無人) 버스’는 아니었다. 운전사는 없지만 2명의 RATP 직원이 가운데에 서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탑승해야 한다고 했다. 운행이 무리 없이 본 궤도에 접어들면 탑승한 직원을 한 명으로 줄이는 건 무리가 없다고 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시민들이 내리고 타는 장면/뱅센(프랑스)=손진석 특파원

출발은 부드러웠다. 100% 전기로 구동하는지라 내부에서는 소음을 거의 듣지 못했다. 미리 프로그래밍된대로 정해진 노선을 따라 달리는 방식이다. 차량 내부는 스티어링휠이나 브레이크 등 운전을 위한 장치가 전혀 없었다. 차량 스스로 방향을 바꾸고 멈춰섰다.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센서가 숨겨져 있어 앞에 차량이나 사람이 나타나면 방향과 속도를 감지해 스스로 피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길가에 정차중인 차량을 발견하자 차체를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추월했다. 자전거가 급하게 끼어들었을 때는 얼른 속도를 낮췄다. RATP 직원은 “최고 시속 20㎞까지 달릴 수 있지만 아직은 최고 16㎞ 정도로 제한한다”고 했다.

신호등도 스스로 감지할 줄 알았다. 사거리에 진입할 때 파란불이 켜진 상태가 유지되자 속도를 스스로 끌어올려 통과했다. 호기심에 타봤다는 영국인 존 로런슨은 “인공지능 수준이 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안에는 운전사는 없지만 파리교통공사(RATP) 직원이 2명 타고 있었다. 왼쪽에 있는 직원이 갖고 있는 노란색 리모컨이 비상시 차량을 수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치다./뱅센(프랑스)=손진석 특파원

일반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매끄럽게 통과하더니 이윽고 뱅센 숲 내부의 공원 길로 접어들었다. 이 길은 일반 차량은 다니지 않지만 주말이라 많은 인파가 차량 바로 옆을 걷거나 달리고 있어 부딪힐까봐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차량 앞의 인파를 알아서 피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건 착오 없이 해냈다.

어린 딸을 데리고 함께 탄 40대 여성 아니타는 “사고날까봐 무서워서 안 탄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실제 타보니 상당히 믿음직스럽다”고 했다. 지나는 행인들은 자율주행 버스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연신 찍었다.

생각보다는 사람 손을 자주 필요로 했다. 정류장에서 문을 열고 닫는 건 자동이 아니었다. RATP 직원이 스위치를 눌러 손으로 열고 닫았다. 중간에 차량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한동안 서 있기도 했다. 그러자 RATP 직원이 목에 매달고 있던 커다란 노란색 상자 모양의 리모컨을 조종해 출발시켰다. 그는 “긴급한 순간이 되면 수동으로 조작해 움직이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안의 노선도. 약 6km의 노선을 왕복한다./뱅센(프랑스)=손진석 특파원

RATP는 뱅센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 같은 실제 주행을 당분간 계속할 예정이다. 누구나 탈 수 있다. RATP는 결점을 보완한 다음 파리 시내에서 고속열차 TGV를 탈 수 있는 역들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로 투입할 예정이다.

어차피 RATP 직원이 한 명 타야 한다면 운전기사 한 명이 일반 전기버스를 몰고 가는 것과 비교해 어떤 장점을 가질 수 있는지 얼른 와닿지 않았다. 이에 대해 RATP 직원은 “세계 주요 국가가 자율주행을 계속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빠르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손 놓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나비야(Navya)와 이지마일(EasyMile)이라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장착하고 있다. RATP는 15년 후에는 유럽 내 전체 탈것의 13%가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