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나 니캅처럼 얼굴을 가리는 이슬람식 전통 복장을 입는 것을 금지했다. 스위스의 무슬림은 약 4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가량이다.
7일(현지 시각) 스위스 전역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얼굴을 가리는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51%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앞으로 이를 어기면 최고 1만스위스프랑(약 1215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현안을 국민들의 제안을 받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가 얼굴 가리는 복장을 금지한 이유는 사회 통합과 범죄 예방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이슬람 색채가 강한 복장이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많다. 기독교나 가톨릭에서 종교색을 드러내는 평상시 복장이 없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또 이슬람 남성은 얼굴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얼굴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의상은 크게 눈 부분을 그물망 형태로 만들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카’, 눈 부위만 노출하는 ‘니캅’으로 나뉘는데, 스위스는 둘 다 착용을 금지했다.
테러·폭력 시위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방범카메라 등을 통한 신원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얼굴을 가리려는 사람은 범죄 의도가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이런 관점에 따라 이슬람 여성 복장 중 머리만 감싼 채 얼굴을 드러낸 히잡은 스위스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스위스에 앞서 유럽에서는 2011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등 약 8국이 얼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의 착용을 금지했다. 부르카·니캅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낙인찍기이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가 불편해지거나 무슬림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거론하기도 한다.
다만 스위스는 기후, 건강 등의 이유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예외로 인정했다.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