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이 왕실 직원들을 괴롭혀 스스로 사직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왕실은 즉시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해리 왕손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해리 왕손 부부가 왕실과 완전히 결별한 데 그치지 않고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리 왕손 부부는 작년 1월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미국으로 이주,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 살고 있다.
영국 왕실인 버킹엄궁은 3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왕실은 서섹스 공작 부인(마클)의 전직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간 더타임스는 복수의 취재원 제보를 받았다며 마클이 켄싱턴궁에서 생활하던 2017~2018년 무렵 개인 비서 2명을 괴롭혀 사실상 쫓아냈으며, 한 명에게는 심한 모멸감을 겪게 했다고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왕실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인사 부서가 의혹과 관련한 사실을 살피기 위해 전·현직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했다. 의혹이 폭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왕실이 정식 조사를 하겠다고 외부에 공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타임스는 해리 왕손의 공보 비서였던 제이슨 크나우프가 2018년 10월 마클이 직원들을 괴롭힌다는 문제를 내부적으로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당시 해리 왕손이 더 이상 파고들지 말 것을 크나우프에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크나우프의 이메일을 보관하고 있는 왕실은 이를 다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왕손 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해리 왕손 측은 대리인을 통해 “마클은 자신에 대한 인신 공격에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왕실과 해리 왕손 부부가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왕실은 1997년 교통사고로 숨진 해리 왕손의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오랜 갈등을 겪은 데 이어 또다시 ‘며느리 트라우마’를 겪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번 폭로와 왕실의 조사 방침이 사전에 면밀히 기획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마클이 왕실을 공개 비판하기에 앞서 왕실이 먼저 치고 나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리 왕손과 마클은 미국 CBS방송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와 최근 인터뷰를 마쳤으며, 미국 시각으로 오는 7일 인터뷰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해리 왕손의 변호인은 “방송에 솔직한 고백이 나오기 직전 수년 전 상황을 왜곡해 마클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왕실이 괴롭힘 의혹을 조사한다는 발표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CBS는 마클과의 인터뷰 영상을 발췌한 30초짜리 예고편을 공개했다. 마클은 이 영상에서 “나와 남편 해리에 대해 왕실은 거짓말을 영구화한다”며 “(왕실이)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해리 왕손의 할아버지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 마클이 미국 방송사와 폭로성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는 비난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