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레지던스 유럽'이 객실을 개조한 사무실. 이 사무실을 빌린 직장인 토마 베르나르씨가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하고 있다. 오른쪽의 캐러멜색 헤드보드가 침대가 있던 자리라는 걸 알 수 있게 한다../클리시=손진석 특파원

2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북서쪽 외곽도시 클리시에 있는 ‘호텔 레지던스 유럽.’ 2층에 있는 한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침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큼직한 책상 2개가 놓여 있었다. 코워킹(coworking) 사무실로 완전히 바꾼 것이다. 책상 옆으로 캐러멜색 헤드보드가 있어 원래 침대가 놓여 있던 자리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영락없는 사무실이었다.

이런 변화를 시도한 건 생존을 위해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지난해 이 호텔은 전년보다 매출이 70% 줄었다. 요즘도 손님이 뚝 끊겨 객실 점유율이 25%에 그친다. 직원 21명 중 2명을 조만간 해고할 예정이다.

궁리 끝에 두 달 전 객실 109개 중 3개를 사무실로 바꾼 뒤 임대를 시작했다. 로랑 무셰(57) 사장은 “수요를 봐가며 사무실로 개조하는 방을 늘릴 생각”이라고 했다.

'호텔 레지던스 유럽'이 객실을 개조한 사무실. 책상 뒤의 캐러멜색 헤드보드가 침대가 있던 자리라는 걸 알 수 있게 한다../클리시=손진석 특파원

무셰 사장은 120유로(약 16만원) 안팎이던 객실을 사무실로 빌려주고 하루 80유로(약 11만원)를 받는다. 한 달로 계약하면 950유로(약 130만원)인데, 피트니스센터·수영장을 이용하는 옵션이 붙으면 1230유로(약 168만원)다.

이 호텔의 개조된 사무실을 빌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토마 베르나르(30)씨는 “조용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할 일도 없어 코로나에도 안전하다”며 “같은 값에 일반 사무실을 빌리면 이보다 훨씬 좁다”고 했다.

'호텔 레지던스 유럽'의 일반 객실 모습./클리시=손진석 특파원

2019년 연인원 3540만명이었던 파리의 호텔 투숙객은 지난해 1000만명쯤으로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실(空室)을 줄여보려는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내 38개 호텔 체인인 ‘오노텔’은 월 단위 투숙 손님에게 특별 할인가를 적용하고 있다. 객실을 월세방으로 세를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호텔 체인 중 하나인 파리 시내의 르카르디날호텔에 문의했더니 한 달로 숙박 계약을 하면 750유로(약 102만원)에 가능하다고 했다. 하루 3만4000원꼴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파리 시내 숙박 가격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저렴하다.

파리 14구에 있는 '메리어트 리브 고슈 호텔.' 대형 콘퍼런스 회의장을 갖춘 이 호텔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휴업하고 3년간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 임직원 273명 중 간부만 남기고 260명을 해고한다./트립어드바이저

그나마 내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소형 호텔은 버티는 편이다. 해외에서 온 손님을 주로 받던 파리의 대형 호텔들은 아예 휴업 중이거나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있다.

최근 파리 14구의 ‘메리어트 리브 고슈 호텔’은 3년간 영업을 중단하고 리모델링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임직원 273명 중 임원 및 간부 13명만 남기고 직원 260명은 무더기로 해고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