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면역학 연구기관인 파스퇴르연구소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실패했다고 25일(현지 시각) 밝혔다. 파스퇴르연구소는 ‘면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파스퇴르가 1888년 설립한 유서 깊은 연구기관이다. 앞서 프랑스 제1의 제약사 사노피가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 이어 파스퇴르연구소까지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돼 프랑스가 체면을 구기고 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이날 미국 제약사 머크(MSD)와 공동으로 작년 8월부터 개발해온 코로나 백신에 대한 1차 임상 시험의 중간 결과가 기대보다 저조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홍역 백신을 기초로 코로나 백신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백신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했다. 파스퇴르연구소의 크리스토프 당페르 연구실장은 “개발을 계속하더라도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백신 효능의 최저선인 50%에 못 미칠 것”이라며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이날 “앞으로는 (백신은 포기하고)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파스퇴르연구소는 다른 물질을 활용한 백신 개발은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노벨상 수상자만 10명을 배출한 명성에 적잖은 흠집이 생겼다. 일간 르피가로는 “프랑스의 코로나 연구에 지장이 생겼다”고 했다.
프랑스는 백신 개발 경쟁에서 미국·영국·독일에 뒤처지고 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영국의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손잡고 지난해 4월부터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둘 다 세계 10대 제약사이고 백신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유럽연합(EU)이 3억회분을 사전 계약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백신 후보 물질이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충분한 면역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에 따라 사노피·GSK 공동 개발 백신은 올해 4분기에나 개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노피는 올 들어 아예 백신 개발보다는 화이자, 얀센 등의 백신을 하청받아 위탁 생산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