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EU(유럽연합)가 결별해 장벽이 생겼지만, 영국령 지브롤터와 스페인 간에는 예전처럼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 지브롤터는 이베리아반도 남단에 있는 여의도 약 두 배 넓이(6.8㎢)의 영국 영토다. 스페인 땅 끝에 붙어있는 지브롤터가 스페인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협상의 마지막 단추였다.
3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스페인 정부는 이날 브렉시트 전환 기간이 끝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지브롤터를 계속 솅겐 지대에 남겨둬 스페인과 제한 없는 왕래가 가능하게 하자는 임시 합의에 도달했다. 솅겐 지대는 국경을 넘을 때 출입국 절차를 최소화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유럽 26국을 말한다.
브렉시트 이후 지브롤터와 스페인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검문과 출입국 절차가 생기게 돼 큰 불편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브롤터의 영국 국적자 약 3만5000명 중 8000여명이 스페인에 살면서 지브롤터로 매일 출퇴근한다. 합의가 없었다면 이들은 매일 여권을 들고 출입국 절차를 거쳐 일터와 집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지브롤터는 1713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을 마무리하는 위트레흐트 조약을 맺을 때 영국이 스페인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이후 300년 넘게 영국이 점령하고 있다. 외교·국방만 빼고 자치정부가 통치한다. 지중해의 군사적 요충지인 지브롤터를 스페인은 되찾고 싶어 한다. 스페인은 종종 지브롤터를 오가는 차량 검색을 강화해서 불편을 초래하거나 주변 영공을 폐쇄하겠다고 영국을 위협하기도 했다.
스페인과 지브롤터 간 이동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이번 합의는 파국을 막기 위한 6개월짜리 임시 결정이며, 영국과 스페인은 올해 상반기 안에 정식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지브롤터 문제는 지난달 24일 타결된 영국과 EU 간의 미래 관계 협상에서 제외돼 영국과 스페인이 별도로 논의를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