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110쪽에 달하는 백지로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난민 탄압에 앞장선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를 조롱하기 위해 백지로 책을 출간했는데,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앞다퉈 구입하고 있다.

이 책에는 노트처럼 줄만 그어져 있고 아무런 내용이 없다./라스탐파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책 '왜 살비니는 신뢰, 존경, 찬사를 받을만한가'/아마존

이탈리아에 언론에 따르면, ‘왜 살비니는 신뢰, 존경, 찬사를 받을만한가’라는 제목의 책이 시중 서점과 온라인에서 6.99유로(약 9300원)에 팔리고 있다. 이 책은 검정색 표지를 제외하면 알맹이가 하나도 없이 110쪽 전체가 빈 페이지다. 노트처럼 줄만 그어져 있다. 극우 성향의 살비니에게 신뢰, 존경, 찬사는 전혀 찾을 수 없다는 풍자와 조롱이다.


이 책은 최근 이탈리아 아마존 차트 1위에 올랐다. 아마존에서 이 책에 대한 설명은 “수년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연구 주제에 대한 것을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으니 그냥 노트로 사용하라”고 되어 있다. 저자는 알렉스 그린이라는 사람이지만 허구의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온라인에 나온 서평에는 “첫 페이지부터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분석의 깊이와 정확성이 뛰어나다”거나 “동맹당을 이해할 수 있는 알찬 내용이 있어 주변에 권장할만 하다”는 식의 익살과 해학이 넘친다. 물론 “백지로 책을 낸 건 사기”라는 불만 섞인 평가도 있다. 일간 라스탐파는 “조금 비싼 노트인 셈이지만 이 책을 구입하는 것이 터무니 없는 거래는 아니다”고 했다. 2019년 2월 출간됐지만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많이 팔리고 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동맹당 대표/EPA 연합뉴스

올해 47세인 살비니는 동맹당을 이끌고 2018년 원내 1당인 오성운동과 연정을 꾸려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 올랐다. 난민 캠프 기습 폐쇄와 같은 강력한 난민 박해 정책으로 이탈리아 내 극우 세력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대표와 함께 유럽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