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로고

15년만에 새로 선출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을 놓고 모두 10개국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진행중인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둘다 후보를 내지 않았다.

5일(한국 시각) OECD 한국 대표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차기 OECD 사무총장 입후보를 마감한 결과 스웨덴·스위스·덴마크·폴란드·체코·그리스·에스토니아 등 유럽 7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가 한 명씩의 후보를 등록했다.

2006년부터 OECD를 이끌어온 앙헬 구리아(70·멕시코) 사무총장이 5년 임기를 두번 연임해 모두 15년을 재임하고 나서 내년 봄 물러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후임을 선출하는 공식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2018년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할 때 모습./손진석 특파원

7명의 유럽 후보 중에서는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스웨덴의 세실리아 말스트롬과 현직 OECD 사무차장(사무총장 다음 2인자격)인 덴마크의 울릭 크누데센이 지명도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OECD는 선진국 클럽답게 유럽에 회원국이 몰려 있으며, 유럽은 OECD가 출범하던 1961년부터 1996년까지 사무총장을 독식했다. 하지만 이후 24년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유럽 차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수는 미국이다. 그동안 OECD 사무총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이 이번에 처음으로 후보 등록을 하면서 열의를 보이고 있다. 미국 후보인 크리스토퍼 리델은 현재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측 인사이기 때문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에도 미국 정부가 힘을 실어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캐나다와 호주는 각각 재무장관을 지낸 중량급 인사를 입후보시켰기 때문이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선진국 클럽답게 아시아 회원국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이스라엘과 터키도 회원국이지만 중동에 있기 때문에 정통 아시아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 편이다. 일본은 최근 WTO 사무총장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물밑에서 반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일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기자회견 하는 유명희 통상본부장/연합뉴스

한국은 WTO 사무총장직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OECD 사무총장에 후보를 낼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력 있는 후보도 없었다. OECD 사무총장이 되려면 국제 무대에서 경제 분야에 눈에 띄는 경력이 있어야 하고 영어와 함께 OECD 양대 공식 언어인 불어도 약간은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OECD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도전해볼만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강 장관이 계속 장관직을 수행중이라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대응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일본은 4명이 맡는 OECD 사무차장 중 한 자리를 30년간 계속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무총장까지 욕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차기 OECD 사무총장은 회원국들 협의를 거쳐 내년 3월쯤 선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