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각)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남쪽의 카라반헬 공동묘지. 일요일이자 가톨릭 명절인 만성절을 맞아 참배객들이 몰려오는 가운데 입구에서 마드리드 시립 장례식장 직원들이 “직원을 늘려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파업 시위엔 직원 470여 명 전원이 참여했다. 코로나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며 시신 처리에 과부하가 걸렸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10월에만 코로나 사망자가 4087명이나 나왔다. 지난봄 마드리드에서 시신이 넘쳐 아이스링크를 임시 안치소로 바꿨던 ‘장례 대란’이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 10월 이후 코로나 ‘2차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일 유럽의 확진자는 1000만명을 넘어 1017만명에 달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00만명에 이르기까지 208일이 걸렸다. 하지만 500만명이 1000만명이 되는 데는 3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유럽의 누적 사망자는 26만7493명이며, 그중 16.3%인 4만3614명이 최근 30일 사이 숨졌다. 유럽 인구 비율은 세계의 10%지만 코로나 확진자는 22%, 사망자는 23%가 유럽에 집중되고 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국장은 “유럽이 다시 대유행의 진원지가 됐다”고 했다.
의료 대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AFP통신은 31일 유럽 35국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 환자가 13만5000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이 수치는 10만명이 넘지 않았다. 프랑스는 수도권 병원에서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는 코로나 중환자가 1일 기준 920명에 이른다. 수도권 중환자실의 80%가 코로나 환자로 채워지고 있어 다른 질병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의료진 부족 사태는 현실이 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30일 기준으로 잉글랜드의 NHS(국가 보건 서비스) 소속 의사와 간호사 중 결근한 사람이 전체의 6%인 2만8868명에 달했다.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확진자를 접촉해 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진료하지 못하는 의료진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는 보건 당국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라고 하더라도 무증상 감염이면 그대로 환자를 진료하라고 권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이들도 코로나로 발목이 잡히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확진자를 접촉했다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여전히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이가 많다. 몬테네그로에서는 코로나로 숨진 종교 지도자의 1일 장례식에 수만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얼굴을 서로 부비며 슬픔을 나눴다. 프랑스 남부 도시 님의 국립경찰학교에서는 지난주 간부 후보생 수십 명이 야간 통행금지를 어기고 파티를 벌였다. 화가 난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파티에 참가한 후보생을 전원 임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독일·영국·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 상당수가 이동 금지령 또는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는 2차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유를 제약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31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 주요 도시에서 야간 통행금지를 중단하라는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길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부수는 과격 시위였다. 방역 반대 시위는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에도 발이 묶여 연말을 즐기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프랑스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연말 축제를 즐길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71%에 달했다. 영국에서는 오는 5일부터 시행하는 4주 봉쇄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봉쇄 조치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고, 그에 따라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