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옛 서독과 옛 동독 사이에는 장벽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생활 수준에서 눈에 보이는 차이가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2017년 기준으로 아파트에 사는 독일인을 원래 출신지로 나눠 평균을 냈더니 서독 출신은 95㎡(약 29평), 동독 출신은 78㎡(약 24평)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넓이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독일 500대 기업 본사 소재지는 서독에 93%(464곳)가 있고 동독에는 7%(36곳)만 있다. 실업률(2018년)도 옛 서독이 4.7%, 옛 동독이 6.5%로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할레경제연구소(IWH) 등 민간 싱크탱크들은 동독인의 소득 수준은 서독인의 80% 안팎이라고 분석한다.
독일 정부가 기업과 개인을 망라해 소득의 5.5%를 통일연대세로 걷어 30년간 2조유로(약 2730조원)가 넘는 예산을 동독에 투자했지만 동·서 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생활 여건이 우위에 있는 서독으로 떠나는 엑소더스가 벌어졌다. 이포경제연구소(IFO)에 따르면 1989년 1700만명이던 동독 인구(베를린 제외)는 지난해 1360만명으로 줄어 1905년 수준으로 감소했다.
동독인들은 여전히 ‘2등 시민’이라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독일 정부가 동독 출신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등 시민이라고 느끼는지’ 묻는 질문에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통일이 성공적이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문항에는 38%만 ‘그렇다’고 했다.
반면 서독에서는 “동독인들이 서독인들의 희생 덕분에 같은 공산 체제였던 러시아나 다른 동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잘살게 됐는데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불만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완전한 통합에는 50년도 부족할지 모른다”고 했다.
동독에서는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이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좌파당의 지지율이 서독보다 두드러지게 높다. 체제 불신이 큰 탓에 극우든 극좌든 극단에 있는 정당으로 쏠린다는 뜻이다. 지난해 나온 독일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주의 체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서독에서는 91%인 데 반해 동독에서는 78%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