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조롱한 만평을 5년 만에 다시 게재해 논란을 일으킨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계 청년이 파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슬람계가 예고한 보복 테러가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각) 파리 11구에 있는 샤를리 에브도의 옛 사옥 근처 거리에서 알리라는 이름의 18세 파키스탄 출신 청년이 육류 도축용 칼을 휘둘러 남녀 각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은 근처 영상물 제작회사 직원들로, 담배를 피우던 중 봉변을 당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현장 인근의 초·중·고에서는 수천 명의 학생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하교하지 못하고 공포에 떨었다.

샤를리 에브도에 불만을 품은 파키스탄 청년이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른 파리 시내 범행 현장./AP 연합뉴스

범인 알리는 범행 현장 근처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파리 교외에 있는 알리의 거처 등을 수색해 알리 및 그의 지인들까지 모두 7명을 체포했다. 알리는 2018년 프랑스에 입국했으며 파리 북쪽 교외 도시 팡탱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고 공영 라디오 RFI가 전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명백한 이슬람주의자의 테러 행위”라고 했다.

프랑스 언론은 경찰을 인용해 알리가 “샤를리 에브도가 무함마드를 조롱한 만화를 다시 게재한 데 대해 복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에 대한 보복으로 알카에다 소속의 알제리계 무슬림 청년 2명이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 난입해 편집국장, 만평가를 비롯해 10명을 총기로 사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에게 자금·무기를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14명에 대한 재판이 이달 초 시작됐고, 이를 계기로 샤를리 에브도는 5년 전 논란이 된 만평을 다시 게재한 특집호를 펴냈다. 이에 따라 알카에다가 보복을 암시한 것을 비롯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보복 테러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장에서 제압된 범인 알리. 파키스탄에서 온 18세 남성이다./AFP 연합뉴스

파리에서 알리가 흉기를 휘두른 25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샤를리 에브도를 비판했다. 칸 총리는 이날 화상 연설에서 “세계적으로 민족주의가 확대되면서 이슬람 혐오증을 부추기고 있다”며 “샤를리 에브도에 의해 신성 모독 만평이 다시 등장한 것이 최근 사례”라고 했다. 이달 초 파키스탄에서는 샤를리 에브도가 무함마드 만평을 다시 게재한 데 대해 프랑스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