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주미 중국 대사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 안보 협의체 미주의 방패를 조롱한 영상을 공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 페이스북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창설한 안보 협력체 ‘미주의 방패’를 조롱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트럼프를 탐욕스러운 맹금류로, 나머지 중남미 국가는 작고 약한 새로 묘사한 동영상이다. 미주 대륙에서 미국 외의 열강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 풀이된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18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올렸다. ‘미주의 방패’ 로고가 걸린 선상 회의실에 미국 국조(國鳥) 흰머리수리와 작은 새들이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이 10일 소셜미디어 계저에 올린 동영상. 트럼프를 작고 약한 새들을 가두려는 독수리에 빗대고 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페이스북

흰머리수리 앞에는 트럼프 집권기 들어 ‘콜라 버튼’으로 유명해진 백악관 집무실의 빨간 호출 버튼이 있다. 흰머리수리가 버튼을 누르자 창밖에서 화염이 치솟고 새들은 “도와달라”며 두려움에 떤다. 흰머리수리가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며 새들을 한데 모은 뒤 성조기 문양 방패를 머리 위로 씌우자, 순식간에 방패에서 창살이 뻗어나와 새들을 가둔다. 겁에 질린 새들에게 흰머리수리가 “안보에는 약간의 통제가 따른다”고 말하면서 동영상은 끝난다.

중국 대사관은 동영상과 함께 ‘미주의 방패인가, 미주의 족쇄인가?’라는 글도 올렸다. 협의체 참여는 사실상 트럼프의 손아귀에 장악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취지다. ‘미주의 방패’ 창설 정상회의에 참여한 12국은 대부분 친미 우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이달 말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 같은 동영상을 올린 데 대해 “트럼프의 중남미 편 가르기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각국 대사관 소셜미디어는 주재국과의 우호 메시지를 전파하는 ‘소프트 외교’ 창구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중국 측은 미국을 자극하는 동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달 초에는 중동·유럽 주재 중국 대사관 소셜미디어에 역시 트럼프를 흰머리수리로 의인화한 14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트럼프가 ‘가자 평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도중 커튼이 벗겨지고, ‘위원회(BOARD)’라는 글자가 발음이 같은 ‘지루한(BORED)’으로 바뀌는 내용이다. 올해 초에는 흰머리수리로 분한 미국 래퍼가 중국의 초고속 경제·기술 발전상에 충격받은 모습을 랩으로 표현하는 동영상이 주미 중국 대사관 계정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