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업무 보고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가고 있다./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공산당(중공)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대만 통일과 관련,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선택지로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집권한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10년 주기 권력 교체 전통을 깨고 당 총서기 3연임을 시작하는데, 마오쩌둥이 못 이룬 대만 통일을 무력을 써서라도 이루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당대회 연설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일이며, 중국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고 또 기필코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의 성의와 최선의 노력으로 평화 통일을 쟁취할 것”이라면서도 “외부 세력의 간섭과 극소수 대만 독립 분열 분자를 겨냥한” 무력 통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의 연설 처음과 끝을 제외하면 대만 통일을 이루겠다고 한 대목에서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시 주석은 향후 5년 목표와 관련, ‘과학 기술 자립 능력 향상’도 강조했다. 올 중국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5.5% 내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시 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은 당대회 폐막일인 22일 당 중앙위원에 시 주석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공식화된다. 총리 등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는 당대회 폐막 다음 날인 23일(예상) 열리는 중공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공개된다. 이날 새 상무위원단이 인민대회당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서열에 따라 입장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이 105분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이날 오전 10시 리커창 총리의 당대회 개막 선언 직후 연단에 오른 시 주석은 업무 보고를 낮은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대만 통일 부분과 “단결 분투합시다”라는 연설 맨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면 연설 내내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주먹을 쥐지 않았다. 마오쩌둥 이후 강력한 중국 지도자로 꼽히는 그의 권위는 업무 보고에서 드러났다.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 10년간 중국이 이룬 성과를 “역사적 변혁”이라고 했다. 중공의 권위 강화, 농촌 빈곤 퇴치, 경제성장 등을 언급하며 “당사(黨史), 신(新)중국사, 개혁·개방사, 사회주의 발전사, 중화민족 발전사에서 이정표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했다. 9600만여 중공 당원 가운데 뽑힌 대표 2296명을 비롯, 인민대회당을 가득 채운 3000여 명은 시 주석의 말이 끊어질 때마다 손뼉을 쳤다.

시 주석의 업무 보고 제목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단결 분투하자’였다. 5년 전 연설에서 203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중등 국가 수준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 실현하고,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强國)을 완성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던 그는 이번 연설에서 2035년 목표를 다시 언급하며 장기 집권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서 앞으로 5년이 핵심적인 시기”라며 이를 위해 당(黨)의 전면적인 영도 강화,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개혁·개방 심화 등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에게는 “사악한 것을 믿지 않고, 압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 전진하는” 투쟁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 시간은 105분으로 5년 전 19차 당대회 연설(204분)의 절반으로 줄었다. 시 주석은 사전에 제작돼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72쪽짜리 연설문을 다 읽지 않고 일부 내용은 생략했다. 외교 관련 내용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인류 운명 공동체 등 기존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강한 군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도 빼놓지 않았다. 시 주석은 “중국군을 더 빨리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드는 것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는 데 전략적 요구 사항”이라며 ”군사 훈련과 전시 대비를 강화하고 승전(勝戰)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군 구조와 편성의 보완, ‘강대한 전략 위력 체계’ 구축, 무인 지능화 분야의 작전 능력 발전도 주문했다.

5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과학 혁신과 분배, 안보에 대한 강조였다. 시 주석은 “혁신이 우리나라 현대화 건설 전반에서 차지하는 핵심적 지위를 견지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지원을 위한) 신형 거국(擧國) 체제를 확립하고 국가 전략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첨단 과학 기술 분야의 자립을 서둘러 실현하고 핵심 기술에서의 돌파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또 공동 부유(共同富裕·더불어 잘살자) 실현을 “중국식 현대화의 본질적 요구”에 포함했다. 과거와 같은 장기적인 목표일지, 내년 3월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분배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안보로 총 50회가 나왔다. 시 주석은 “국가 안보는 민족 부흥의 근간이며, 사회적 안정은 국력의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과의 기술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경제 불안 속에서 시 주석이 집권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과학기술, 공급망, 에너지, 자원, 식량 등 비전통 안보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도 “중국인의 밥그릇은 반드시 중국인의 손 안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이 이날 연설에서 많이 언급한 단어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21회), 개혁(17회), 마르크스주의(12회), 개방(12회), 높은 수준의 발전(7회), 중국식 현대화(5회), 반부패(5회), 공동 부유(4회) 순이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중공 중앙위원 200여 명과 중앙기율검사위원 170여 명을 선출한다. 시 주석의 당내 지위와 시진핑 사상의 중요성을 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 포함하는 당장 개정안도 처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