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장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 양측은 그간 중국 측 카운터파트를 누구로 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통화를 하지 못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만 등 각종 문제를 놓고 입장 차만 드러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에 대한 후속 조치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미·중 정상 통화 후 한 달여 만이다.

AP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취임 후 쉬지량(許其亮)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통화를 하길 원했지만 중국이 거절해왔다고 보도했다. 당(黨)이 군을 이끄는 중국 체제에서 쉬 부주석은 웨이 부장보다 상급자로 시진핑 주석에 이어 군 서열 2위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이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두 장관은 미·중 국방 관계와 지역 안보 문제, 러시아의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도 “바다와 하늘에서 안전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 등을 지원할 것을 우려해왔다.

이날 양측은 대만, 남중국해 등 문제에서 서로를 비판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제기했다”고 했고, 중국은 “(국가 이익과 존엄을 지키려는 ) 중국의 의지와 능력을 미국은 과소평가해서 안 된다”며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양국 관계에 전복(顚覆)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웨이 부장은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이 사태를 이용해 중국을 비난하고 협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웨이 부장의 사진만 게시하고 오스틴 장관의 사진은 올리지 않았다.

AP통신은 “미국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거론했다”고 했다. 하지만 양측 발표문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 가능성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측은 미국에 “해상에서 진행 중인 군사적 도전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군 함정의 대만해협, 남중국해 항해에 대한 항의로 해석된다.

중국 국방부가 20일 공개한 미·중 국방장관 회담 사진.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의 사진만 공개하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중국 국방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