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각국이 강력한 제재에 나선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국제 정세가 아무리 악화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능력[定力]을 유지하고 신시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부단히 전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연례 회의를 계기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러시아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왕 부장은 “중·러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 가운데 하나”라며 “중·러 협력은 양국 인민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됐지만 왕 부장은 기존의 중국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간 피해가 발생하고 1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는데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침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기자의 지적에도 ‘침공’, ‘침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는 “3척 얼음은 하루 추위에 얼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오늘에 이르게 된 원인은 복잡하다”고 했다.
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냉정과 이성이 필요하고, 불에 기름을 붓고 대립을 격화시켜서는 안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지지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중국홍십자회가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긴급 인도주의 원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 “북한의 외부 안전 위협은 장기간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8년 이후 북한은 대화 촉구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했지만 오늘까지 상응하는 보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는 미국의 행동에 따라 대부분 결정될 것”며 “(미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할 지 아니면 계속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적 전략의 칩으로 쓸 지에 달렸다”고 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해왔는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도 제재 강화에 반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한·중이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지만 양국 국내에서 서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왕 부장은 “수교 30년 동안 한·중 관계는 각종 급변하는 복잡한 정세[風雲變幻]의 시험을 거치면서도 전면적이고 빠른 발전을 실현했다”며 “이는 한·중은 라이벌이 아니라 이익이 어우러지고 상호 보완적이며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협력 동반자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이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전통적인 우호를 널리 알리고, 상호 협력을 심화하고, 동반 발전을 실현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장은 매년 전인대 개최 기간 내외신 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전에 선정된 27개 질문을 받았다. 질문 순서는 중국 당국의 관심사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이번 기자회견에선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관계, 중·유럽 관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중국과 동남아 관계, 중·일 관계, 북핵과 한·중 관계. 중국과 중앙아시아 관계 등의 순으로 질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