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의 한 작은 도시에서 방역 규칙을 위반하고 몰래 입국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목에 걸고 거리를 행진하도록 한 일이 발생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대중 앞에 끌고 다니며 모욕을 주는 처벌은 중국에서 문화대혁명(1966~1976년 극좌 사회운동) 때 유행했으나 이후 중단됐다.
30일 중국 정관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바이써(百色)시 징시(靖西)현 당국은 밀입국 혐의로 체포된 4명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사진 패널을 목에 걸고 거리를 행진하도록 했다. 중국인 2명, 베트남인 2명으로 알려진 이들은 차를 이용해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밀입국하다 붙잡혔다. 이 중 베트남인 한 사람이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전신 방호복을 입은 4명은 각각 경찰 2명에게 어깨와 팔을 붙잡힌 채 거리로 나왔다. 무장한 경찰 부대가 주변을 통제한 가운데 몰려든 시민들이 이들을 지켜봤다. 이들을 작은 광장에 세워놓고 당국자로 보이는 사람이 연단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4명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트럭 화물칸에 타고 있는 장면도 나온다. 당국은 붙잡힌 중국인들 거주지 주변에 신상 정보가 담긴 벽보를 붙이고 집 벽에는 “밀입국을 도운 집”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법 위반자를 거리에서 행진시켜 모욕을 주고 대중에게 공개 경고하는 방식은 문화대혁명 당시 유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였던 시중쉰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도 문화대혁명 시기 우파로 불려 ‘반당 분자 시중쉰’이라는 패널을 걸고 행진한 적이 있다.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치 정신을 엄중히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1988년 최고인민법원, 공안부 등이 발표한 통지에서 범죄인을 거리에 데리고 나와 대중 앞에서 행진시키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신경보는 “비록 (베트남과 인접한) 국경 도시여서 방역 부담이 크고 관련 (처벌) 조치도 더 엄격할 수 있지만 용의자를 대중 앞에서 행진시키는 법치 위반 행위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징시현 공안 당국은 “현장 경고 활동으로 부적절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 신화통신, CCTV방송은 30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징시현 당국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대중의 생명을 위협했으니 모욕을 받는 게 당연하다” “두 손을 들고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해당 동영상에 달린 중국 네티즌의 댓글 가운데 상당수가 징시현 당국의 조치를 지지했다며 “(지지하는) 반응이 더 무섭다”라는 네티즌의 의견을 소개했다.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공산당은 사상, 문화, 교육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조타수’ ‘전략가’ 등 마오쩌둥에게 쓰던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화대혁명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