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눈을 가진 여성 모델은 중국인에 대한 모욕인가.”
한 중국 식품 회사의 광고를 둘러싸고 중국에서 ‘모욕[辱華]’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고에 등장한 모델의 눈이 쌍꺼풀 없이 가늘고 길게 찢어졌는데, 이런 모델을 기용한 것이 중국인에 대한 ‘모욕이다, 아니다’라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눈을 ‘작고 가늘다’란 뜻에서 ‘미미옌(眯眯眼)’이라고 부른다.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三隻松鼠)는 지난 2019년 출시한 쌀국수 광고에 ‘차이냥냥(菜孃孃)’을 모델로 기용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최근 일부 네티즌이 모델의 작은 눈이 중국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비난 글이 쇄도하자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 회사는 “모델의 신체 특징일 뿐 중국인을 추하게 묘사할 의도가 없었다”며 “대중의 미적 감각에 불편함을 준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사과했다. 광고도 삭제했다.
일단락될 듯했던 논란은 모델 차이냥냥이 지난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다시 불붙었다. 그는 “눈이 작으면 중국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애국에 대해선 두 손 들어 찬성하지만 매사에 일을 크게 키우는 것은 병적 상태”라고 했다.
중국에서 모델 외모를 둘러싼 비하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은 중국 여성 사진작가 천만(陳漫·41)이 찍은 사진을 전시했다가 중국 네티즌과 관영매체의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가방을 든 모델의 모습이 “중국 여성의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고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고정관념을 확대했다”(관영 베이징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비판 대상이 중국 기업이란 점 때문에 찬반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중국 기업이) 중국인 외모에 대해 서방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할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대쪽에선 눈이 작게 묘사된 중국 당나라 여성 복식 그림을 올리며 “이것도 중국에 대한 모욕이냐”고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8일 논평에서 “미미옌은 이미 특수한 문제가 됐고, 우리는 중국 모욕 문제에 주의해야 한다”며 “미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지만 공공영역에서는 (표현이 낳는) 효과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논평에서 “작은 눈 자체가 잘못된 것이거나 중국에 대한 모욕은 아니다”라며 “(작은 눈이) 서방과 영합한 경우 중국인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족주의 성향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근대 이후 서구는 중국인에 대한 경멸과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며 중국에 대한 모욕을 찾아내는 네티즌에 대해 “민족적 자신감을 부단히 공고히 만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