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 행사 연설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이 8~11일 개최하는 연례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마오쩌둥⋅덩샤오핑과 함께 ‘큰 지도자(大領袖)’ 반열에 올릴 것이라고 홍콩 명보가 9일 보도했다. 내년 3연임 결정을 앞두고 시 주석에 대한 찬양이 노골화되는 모양새다.

중공 중앙위원회는 베이징 징시(京西)호텔에서 8일부터 제19기 6차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360여 명의 중앙위원, 후보위원들이 중공 100년사를 정리한 ‘당의 100년 분투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 결의)를 읽은 후 11일 폐회 전 공식 채택할 예정이다. 명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역사 결의에서 중공 역사상 처음으로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 시대라는 ‘3단계론’이 공식 확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선임인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의 업적도 언급되지만 이들은 2대 지도자인 덩샤오핑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한, 과도기적 지도자로 묘사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8일 중국 베이징 서점에서 한 남성이 진열돼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문 모음집을 쳐다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이번 중공 연례회의를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행사로 평가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도 연례 회의 일주일 전부터 장문(長文)의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의 업적을 강조하고 있다.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일부터 매일 1면에 시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시 주석을 “거대한 정치적 용기, 강력한 역사적 책임, 인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정치가, 사상가, 전략가”라고 표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6일 1만6000자짜리 기사를 통해 시 주석에 대해 “역사 흐름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을 마오쩌둥⋅덩샤오핑의 반열에 올리려는 움직임은 지난 7월 중공 창립 100주년 전후부터 꾸준히 이뤄져 왔다. 시 주석은 올해로 집권 9년 차인데 지난 6월 중공 중앙당사문헌연구원이 펴낸 ‘중공 100년 대(大) 사건 기록’은 전체 분량의 30% 이상을 시 주석 집권기에 할애했다. 최근 중공당사출판사가 펴낸 ‘중공 약사’도 전체 4분의 1 이상을 부패 척결, 빈곤 퇴치, 코로나 대응 등 시 주석의 업적으로 채웠다.

이번에 채택되는 역사 결의는 중공 100년사에서 마오쩌둥 시대인 1945년, 덩샤오핑 시대인 1981년 이후 세 번째 채택되는 역사 관련 결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세 번째 역사 결의는 표면적으론 시진핑 시대를 포함해 중공의 과거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앞으로도 시 주석을 중심으로 새로운 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수잰 바이겔린 슈비르직 전 오스트리아 빈 대학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비롯해 과거의 모든 긍정적인 것들을 자기 것으로 취했다”며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