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을 맞은 중국이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료를 완전히 시장에 맡기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천연가스 발전소(설비 기준)의 비중은 70%가 넘는다. 가격 변동의 경우 상하 20%의 변동폭을 뒀지만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공급되는 전기료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는 비용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이후 중국은 20개 성에서 제한 송전이 이뤄졌다. 석탄 가격 상승과 풍력·수력 발전량 감소,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방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석탄 가격이 연초 대비 50% 이상 오르자 석탄 화력 발전소들이 발전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전기료를 올릴 수 없는데 원가가 치솟다 보니 발전을 하면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력 공급, 석탄 생산 분야에서 각 지방정부의 정책을 중앙이 제때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결국 시장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중국 경제·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연가스·석탄 화력발전 전기 가격의 시장화 개혁 심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15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치의 핵심은 3가지다. 첫째 석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가격은 모두 시장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이다. 둘째 시장 가격의 변동폭은 ‘기준 가격’에 상하 20%로 제한한다. 지금까지 변동폭은 상한 10%, 하한 15%였다. 셋째 민간, 농업, 군사 등 공공 분야를 제외한 산업·상업 등 기업용 전기 사용자의 경우 정부의 정하는 가격이 아닌 시장 가격으로 전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전력 공급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발개위 완진숭(萬劲松) 가격국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원전, 수력, 풍력 등) 다른 발전원(源)에 대해서도 시장진입을 이끌어 전기 가격 전면 개방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 석탄·천연가스 화력 발전 전기 가운데 70%만 시장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또 중국 내 산업·상업 전기 사용자의 44%만 시장 가격으로 전기를 이용했다. 나머지는 정부가 정한 가격에 전기를 써왔다는 뜻이다.
발개위는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전기료가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생산 원가 상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해서는 가격 제한 폭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철강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한 일부 한국 기업들의 생산 원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중국 진출 기업 관계자는 “불과 2~3일 전 예고한 후 전력 공급을 제한해 생산 라인이 멈추는 것보다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편이 낮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산 원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심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 펑융셩(馮永晟) 부연구원은 차이신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석탄 화력발전 가격을 개혁하는 것이지만 본질은 에너지 전환, 경제 발전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결정 기능 탐색하며, 정부의 역할을 더 잘 발휘하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했다. 전기료 인상을 통해 탄소 감축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이루려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