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련회 페이스북 계정

중국의 압박 속 홍콩 시민단체·노조가 잇따라 해산하는 가운데 1989년 천안문 시위를 계기로 결성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지도부가 해산을 결의했다고 홍콩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지련회는 홍콩 내 대표적 시민단체로 중국 공산당을 겨냥해 “일당 독재 종식”을 요구하고 천안문 시위 기념관도 운영해왔다.

신문은 내부 인사를 인용해 지련회 상무위원회가 지난 23일 회의를 열고 해산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결의 이유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회원들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체를 해산 해야 한다는 취지다. 명보는 “공식 해산은 회원 단체 20곳 이상이 참여하는 전체 회의에서 결정된다”며 “3주 안에 전체 회의를 열고 75% 이상이 찬성하면 해산이 최종 결정된다”고 했다. 다만 일부 회원 단체들은 해산에 반대하고 있다. 명보의 문의에 대해 지련회 측은 상무위가 해산 결의를 논의했다면서도 논의 결과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지련회는 홍콩이 영국 통치를 받던 1989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정치 자유 등을 요구하던 학생, 노동자 시위대가 중국군의 무력 진압에 희생된 것을 계기로 결성됐다. 200여개 단체 회원으로 참가해 민주 인사 석방, 학살 책임자 처벌, 일당 독재 종식, 민주 중국 건설 등을 정강으로 채택했다. 매년 6월 4일 지련회가 개최하는 천안문 기념집회에는 수십만명이 참가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1989년 천안문 시위를 “반당, 반혁명 동란(動亂)”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이 홍콩 내 반중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제정, 시행하자 반공(反共) 기치를 내건 지련회가 ‘사형 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4월에는 리쭤런(李卓人) 지련회 회장이 미승인 집회 조직 혐의로 1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지련회가 주최하던 천안문 기념 집회를 불허했고, 홍콩 식약 당국은 천안문 기념일을 3일 앞둔 지난 6월 1일 지련회가 운영하는 천안문 시위 기념관이 ‘공중오락장소 조례’를 위반했다며 폐쇄 조치를 내렸다.

홍콩에 주재하는 중국 관료 가운데 최고위급인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은 지난 6월 “일당독재를 종식하자고 떠드는 자들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홍콩 번영·안정의 기초를 허무는 자들”이라고 했다. 지련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명보에 따르면 지련회는 한 때 200여개 단체 회원조직을 거느렸지만 올 들어 많은 조직이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