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만에 3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미·중 수교 전 대만 주둔 숫자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코닌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미국과 대만의 관계 강화를 우려해온 중국은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인은 코닌 의원에 대해 “노망 났다”고 하면서도 미군의 대만 주둔을 떠보려는 것 아니냐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코닌 의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프가니스탄 철수 전 미군 규모를 포함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숫자를 올렸다. 여기에는 주한미군(2만8000명)과 함께 대만에 3만명이 주둔한 것으로 돼 있다. 미군은 1954~1979년까지 주대만 미군사령부를 운영했으며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초 3만명을 대만에 배치했었다. 하지만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병력을 철수시켰다.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인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중 수교 전 미군 주둔 상황을 현재 숫자로 알고 올린 것은 69세인 그가 아주 노망이 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미군의 대만 주둔 메시지에 대한 반응을 떠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중국 학자의 견해도 소개했다. 그는 “미군의 대만 주둔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침공과 점령이자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이보다 적은 수라도 미군이 대만에 주둔한다면 국가(중국)는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을 전쟁 방식으로 궤멸시키고 대만을 무력으로 탈환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고 했다. 코닌 의원은 상원 공화당 원내 총무를 지냈고 현재 정보위원회 소속이다. 미국과 대만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만 언론은 이번 해프닝에 대해 대만 상황에 대한 미국의 무지를 우려하는 톤으로 보도하고 있다. 대만 타이완뉴스는 17일 “일부에선 코닌 의원이 우연히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극비 정보를 유출했다고 농담을 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미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이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틀릴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닌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이 매체의 취재에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미·중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대만 문제는 양국 관계의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월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Summit for Democracy)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초청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국 관영 매체는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낼 수도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군은 17일 대만 주변에서 합동 훈련을 벌였다. 스이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날 함정, 대잠기,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만의 서남쪽과 동남쪽 등 주변 해·공역에서 합동 훈련을 시행해 작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했다. 스 대변인은 “최근 미국과 대만이 잇따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중국의 주권을 심각히 침해했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 대만해협의 안보에 최대의 위험 요소가 됐다”며 “동부전구는 전쟁 대비 훈련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며 모든 대만 독립 분열 활동을 격파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보존을 확고히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