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냉전 사고의 부활이자 역사적 퇴보로 쓰레기 더미에 쓸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분명한 태도로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개 협력체)로 대표되는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겨냥해 “냉전 패권을 되찾으려는 낡은 꿈”이라며 “절대 미래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제로섬 게임은 냉전 사고로 각국이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평화, 발전, 협력 추구에 일찌감치 부합하지 않는다”며 “집단 대항을 위해 추진되는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역 기반의 작은 패거리를 만들려는 것으로 냉전 사고의 부활이자 역사적인 퇴보로 쓰레기 더미 속으로 쓸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각국은 (중국에 대한) 집단 대항에 분명한 태도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등 아·태 지역 국가들에 미·중 사이의 양다리를 걸치지 말고 미국 전략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각국은 상호 존중, 공평 정의, 합작 공영의 신형 국제 관계를 함께 건설해 가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이날 행사장을 나서면서 “미·중이 연내 고위급 접촉을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허!”라고 코웃음을 친 후 “우리는 당연히 대화가 회복되길 원하지만 미국이 성의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 측에서 추가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우리 일을 계속 잘해 갈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 이외에 대만,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이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제 문제의 원인을 미국에 돌렸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 “30년 가까이 우여곡절을 거듭하고 있다”며 “미국은 수십 년간 지속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압박을 반성하고 북한의 합리적 관심을 직시·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성의 있는 대응”과 유엔 대북 제재 일부를 완화를 주장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공산당(중공)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어떤 외세가 우리를 업신여기고, 억압하며 노예로 대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든 그렇게 망상을 가진 자는 14억 중국 인민의 피와 살로 쌓은 강철 장성(長城)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나왔다. 시 주석의 언급 이후 중국의 대외 발언이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양제츠(楊潔篪) 중공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3일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고한 ‘시진핑 외교사상이 당의 외사 업무를 빛나게 이끈다’는 제목의 글에서 시 주석의 외교 전략을 극찬하며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붙잡아 (중국 외교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