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북서부 간쑤(甘肅)성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 선수 172명 가운데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고산 지대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와 구조 지연이 원인이었다.

22일 중국 간쑤성 바이인시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 행사 도중 강풍과 비바람으로 선수들이 조난돼 21명이 숨졌다./홍성신문 캡처

23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대회는 22일 오전 간쑤성 바이인(白銀)시 황허스린(黃河石林) 지질공원에서 열렸다. 바이인시가 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최하는 행사로 황허 주변 해발 2000m 산악 지형을 짧게는 5㎞, 길게는 100㎞를 달리는 코스다. 오전 11시 출발 때도 햇볕이 따뜻했다. 출발 영상 속 참가자들은 활짝 웃으며 두 손을 위로 번쩍 들고 달려나갔다.

중국 북서부 간쑤성 징타이현 바이인시의 황허스린 지질공원에서 22일 구조대가 산악마라톤 참가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는 172명이 참가해 100㎞ 산악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경주 대회를 벌이다 악천후로 20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AFP 연합뉴스

하지만 오후 1시 무렵 대회는 악몽으로 바뀌었다. 출발선에서 20여㎞ 떨어진 오르막 구간에서 갑자기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비바람에 선수들의 옷과 신발은 젖었고 참가자들의 체온도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이 구간은 주최 측이 물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보급 지점도 없고, 산이 가팔라 주최 측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오르지 못하는 구간이라고 한다.

선수들은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주최 측에 구조를 요청했고 주최 측도 대회를 중단시키고 이날 오후부터 1200여 명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한 참가자는 중국 홍성신문에 “체온이 떨어져 손가락 열 개 모두 감각이 없고 혀까지 차가워졌다”며 “하산을 결심하고 구조대를 따라 가보니 오두막에 (선수) 5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극심한 추위를 느낀 선수들은 바위 뒤에 기대 보온 담요를 두른 채 구조를 기다렸다.

하지만 강한 비바람과 복잡한 고산 지대 지형 때문에 선수들이 제때 구조되지 못해 참가자 8명 중 1명꼴로 사망했다. 숨진 사람 가운데는 중국 울트라 마라톤 대회 우승자 출신인 쥔량징(軍樑晶) 등 선수급 참가자도 있었다. 이번 대회는 4회째로 주최 측이나 선수 모두 지형이나 날씨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간쑤성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로 하고 대회가 열렸던 황허스린 지질공원도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