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소셜미디어 서비스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로이터 연합뉴스

동영상 소셜미디어인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張一鳴)이 연말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고 계면신문 등 중국 매체들이 20일 보도했다. 전 세계에 틱톡 열풍을 일으키고, 회사 가치를 최대 400조원 규모(상장 시 추정 시가총액), 직원 10만명 규모로 성장시켰던 장씨가 돌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씨 나이 올해 38세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장씨는 사내 공지를 통해 “이상적인 경영인으로서 덕목이 부족하다”면서 “(CEO에서 물러난 후) 장기적인 전략과 조직 문화, 사회적인 책임을 살필 여유를 갖겠다”고 했다. 후임 CEO는 장씨의 창업 동료인 량루보(梁汝波)가 맡는다. 장씨는 6개월간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CEO 자리를 량씨에게 넘길 예정이다.

2012년 설립된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IT 기업이다.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중국 국내 서비스인 ‘더우인’과 해외 서비스인 ‘틱톡’을 합친 이용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12억9000만명에 달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왓츠앱에 이어 4위다. 지난해 매출도 350억달러(약 39조원)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기업이지만 미국 투자자 지분이 40%가 넘는다.

바이트댄스 측은 장씨의 사임 발표가 일상 관리에서 벗어나 장기 전략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창 활동할 나이인 그가 CEO에서 물러나는 것을 두고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기업 통제 강화 분위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30~40대에 창업 신화를 쓰고 돌연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장씨뿐만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黃崢·41)이 돌연 이사회 회장직을 사임했다. 2015년 창업한 핀둬둬는 이미 포화상태로 평가되던 중국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저가 상품을 앞세워 소도시, 농촌 고객을 공략해 성장했다. 지난해말 이용자 기준으로는 알리바바, 징둥을 제치고 중국 1위다.

하지만 창업 6년, 회사가 정상에 오른 시점에 황씨는 지난 3월 돌연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앞으로 회사 경영 관련 직책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까지 포기했다. 황씨는 “새로운 경영 환경이 차세대 경영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자신은 식품 과학과 생명 과학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황씨가 사임을 발표하자 중국 인터넷에선 ‘마윈: 이 녀석 어릴 때부터 똑똑하네’라는 글이 유행하기도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실제 한 말은 아니지만 IT 분야에서 국가 통제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거대 IT 기업 경영자의 어려움을 풍자한 말이다. 마윈 전 회장은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 중국 최고의 기업으로 칭송받았지만 지난해 10월 당국의 금융 규제를 비판한 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