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앤트그룹 본사.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금융 당국이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가 세운 핀테크(금융 기술) 기업인 앤트그룹이 지난해 단기간에 상장(上場) 허가를 받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윈 전 회장에게 우호적인 지방 관료, 앤트그룹에 투자한 기업 관계자들이 대상이다. 마윈을 지지하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본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뜻이다.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에 대한 조사와 구조 조정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앤트그룹 상장 중단과 알리바바에 대한 천문학적 벌금 부과에 이어 마윈의 정·재계 인적 네트워크와 주변 세력, 사업 기반을 잘라내 그를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고 앤트그룹이 보유한 중국 내 신용 정보, 모바일 결제 시장을 당국이 장악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 초부터 앤트그룹을 조사해온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상장 허가 과정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로 하고 같은 해 8월 상하이와 홍콩 규제 당국에 상장 계획서를 제출했다. 두 곳 증시에서 조달할 자금만 340억달러(약 38조원)로 중국 기업공개로는 최고액이었다. 상하이 증권 감독 당국은 한 달도 안 돼 앤트그룹의 상장 계획서 검토를 끝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그해 10월 상장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앤트그룹이 다른 기업보다 단기간에 상장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게 WSJ 보도의 핵심이다. 소식통은 앤트그룹의 상장을 승인한 규제 당국자와 지방 관료, 중국투자공사(CIC) 등 앤트그룹에 투자한 대형 국영기업 관계자들이 마윈과 어떤 관계인지 집중 추궁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실제 누가 조사를 받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뜨는 별”로 차기 최고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이 유력한 리창(李强·62) 상하이시 당서기가 마윈의 사업을 지원해왔다고 보도했다. 리 당서기는 경력의 대부분을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浙江)성에서 근무했고 2013~2016년 저장성 성장을 지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리 당서기가 조사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중국 당국의 보수적 금융 규제를 공개 비판했고, 같은 해 11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장은 이틀 앞두고 당국에 의해 전격 보류됐다. 이어 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시장감독총국은 지난해 12월 앤트그룹을 보유한 알리바바에 대해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여 지난 10일 과징금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000억원)을 부과했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위반으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최고액이다.

마윈은 2019년 은퇴했지만 알리바바 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앤트그룹 조사에서 마윈과 관료들의 결탁이 드러날 경우 마윈은 완전히 재기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이미 앤트그룹을 자신들의 감독을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국이 마윈이 보유한 앤트그룹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마윈 전 회장은 작년 10월 이후 두 차례 화상회의에 참석한 것 외에는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WSJ는 중국 당국이 그에게 조사가 끝날 때까지 국내에 머무르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