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샤무딘 후세인(왼쪽)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이 1일 중국 푸젠(福建)성 난핑(南平)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히샤무딘 후세인(60)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이 왕이(68) 중국 외교부장에게 중국어로 “나의 영원한 큰형”이라고 했다가 국격(國格)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고 해명 글까지 올렸다고 홍콩 명보가 5일 보도했다.

후세인 장관은 지난 1일 중국 푸젠(福建)성 난핑(南平)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왕이 부장에게 “말레이시아와 중국은 한 가족”이라며 “당신은 영원한 나의 큰형”이라고 했다. 왕 부장도 웃으며 “우리는 형제”라고 답했다. 중국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5국 외교장관과 회담했는데, 장관 공동 기자회견은 말레이시아와만 열었다.

후세인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외교장관이 국격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야당은 “말레이시아는 중립적인 국가이고 어느 강대국 편을 들지 않는다”며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후세인 장관은 3일 소셜미디어에 “왕이 부장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 그에게 ‘큰형'이라고 한 것”이라며 “존중의 표시이지 나약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는 외교에서 독립성과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후세인 장관은 국회의원 출신으로 교육부, 교통부, 국방부 장관 등을 지냈고, 2020년부터 외교장관을 맡고 있다. 그는 후세인 온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이자 직전 말레이시아 총리인 나집 라작의 사촌이다.

한편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한국을 비롯한 5국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후 중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5국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미·중) 앵커리지 회담과 이후 상황에 대해 소통했다”며 “(그 과정에서) 특히 두드러진 느낌은 모두가 중국이 발전하고 강대해지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대화하려면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반드시 평등과 상호 존중의 자세로 이뤄져야 한다”며 “중국은 세계에 1등 국가가 있다거나 세계적인 문제를 한 나라가 결정하는 방식은 인정하지도 수용하지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