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금융 기술) 회사인 앤트그룹의 40조원대 증시 상장(上場) 계획을 전격 보류시킨 배경에 정적을 견제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장 전 주석과 그 측근들) 관료 자녀가 앤트그룹에 투자했기 때문에 상장을 중단시켜 이들의 자금줄을 견제하려 했다는 취지다.
이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 배경에는 무분별한 온라인 대출로 인한 금융 불안 우려와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금융 당국에 대한 비판 외에도 앤트그룹의 불투명하고 복잡한 지분 구조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 당국이 상장에 앞서 앤트그룹의 지분 구조를 조사했고,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인 장쯔청이 세운 사모펀드와 장 전 주석의 측근인 자칭린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사위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등이 주주로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앤트그룹이 상장되면 이들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는 장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가 주도한 경제 개혁 과정에서 급성장했으며 본사는 상하이와 가까운 항저우에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현 중국 지도부는 알리바바가 통제받지 않는 금융·유통 권력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다만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국내 권력이 시진핑 1인에게 집중돼 있고, 고령인 장 전 주석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이런 보도가 추측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금융 규제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앤트그룹의 상장과 관련,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상장 재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5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340억달러(약 39조원)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금융 규제 당국은 상장 48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중소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상장 계획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