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낀듯 군데 군데 녹색인 9m 높이의 바위는 영락없이 머리가 잘려나간 거대한 석불(石佛)처럼 보인다. 그러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 기괴한 모습의 사진이 촬영된 곳은 중국 충칭시 난안구의 한 아파트다.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충칭시 난안구에서 거대한 석상의머리 부분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모습. /다이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돌조각은 9m나 되며,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머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파트 건물이 지어져있다. 몸이 지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불상이 만들어진 시기는 청나라 시대일 수 있다”며 “현지 당국이 문화적 가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 불상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채 살아왔지만, 최근 불상의 머리 자리에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찬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전역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주민은 충칭의 라디오 방송에 “수풀에 덮여있어서 그런지, 이곳에 불상이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칭시 난안구에서 머리가 없는 석상 주변까지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 /다이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SCMP가 전한 구청 기록에 따르면 1910년대부터 40년대 사이 이 지역에는 ‘레이주’라는 이름의 절이 있었고, 불상의 머리는 1950년에 파괴됐다. 이후 1990년대 절터에 두 채의 아파트가 지어졌으며, 나머지 부분은 구 차원에서 문화 유산으로 보존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보호 조치가 취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불상의 머리가 훼손된게 아니라 애당초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지역에서 70년간 살아온 여성 덩씨는 “1950년대에 절안에 불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때 머리 부분이 조각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뒤 불상 공사가 중단됐다”고 충칭 라디오에말했다. 난안구 공무원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며 “인터넷에 돌고 있는 기원과 관련한 각종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청대 뿐 아니라 송대, 남송대일 수 있다는 각종 설이 제기되고 있다. 불상이 아닌 다른 석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