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 넥스트디지털 회장이 12일 홍콩 국가보안법 재판을 받기 위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가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홍콩 내 대표적 반중 인사인 라이 회장은 사기죄로 법정 구속된 후 홍콩보안법으로 추가 기소됐다./AP 연합뉴스

홍콩 공안 당국이 반중(反中) 성향의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73) 넥스트디지털 회장을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외국 세력과 결탁해 안보를 위협한 죄’(외세결탁죄)를 적용한 것을 놓고 홍콩 내에서 “과도한 적용”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외세결탁죄는 ‘외국 정부·기관·개인 등에게 홍콩·중국 정부에 대한 제재·봉쇄·기타 적대적 행동을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이들에게서 지시나 지원을 받는 경우’ 적용된다. 최소 징역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6월 30일 홍콩 내 반중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후 외세결탁죄로 기소된 사례는 라이 회장이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2일 홍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라이 회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차이잉원 대만 총통 등 반중 성향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 등을 구독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소셜미디어에 다른 나라들이 중국 정부의 억압에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글을 쓰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계정을 태그(수신인으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국제 제재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보다 더 심할 것이라는 라이 회장의 빈과일보 기고글도 문제 삼았다.

홍콩 명보는 14일 법학자를 인용해 “외국 세력과 결탁이라는 것은 쌍방의 동의와 협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특정 인사의 소셜미디어를) 구독하거나 개인의 의견을 밝혔다고 해서 결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천원민 홍콩대 법대 교수는 이 신문에 “내가 (반중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소셜미디어 계정을 구독한다고 죄가 될 수는 없다”며 “홍콩보안법의 적용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비판하거나, 외국의 대중 제재에 찬성하는 것은 개인의 표현에 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명보는 홍콩행정회의(홍콩의 내각 격)의 현재 비상임 위원이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활동 중인 반중 운동가 왕단의 소셜미디어를 구독하고 있으며, 홍콩 입법회(의회) 내 친중파 의원들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소셜미디어 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지미 라이가 홍콩보안법에 저촉된다면, 이들 역시 기소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2일 불법 집회 개최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홍콩 야권 운동가 아그네스 초우(周庭)도 외세 결탁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물론 외국에 있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